
“CEO들은 지금까지 공급망관리(SCM)를 배경기능(background function)으로만 인식해 왔습니다. 하지만 미래 경영환경에서 SCM은 실질적인 기업의 성장을 돕는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패트릭 메들리 IBM글로벌 부사장의 전망이다. 지난 금요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연 ‘미래 SCM 콘퍼런스’에서 강연자로 나선 그는 SCM 개선을 통한 경영 혁신의 팁을 제시했다. 제대로 된 정보활용과 서로 다른 부서 간의 정보 연계가 이뤄지면 공장에서부터 마케팅까지 유기적 구조가 구축될 수 있으며, 이는 지능화되고 최적화된 SCM을 통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이상적 SCM 구축을 위해 메들리 부사장은 400여명의 SCM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가시성’이다. CEO는 전체 공급망 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사일로 효과(부서 이기주의)’를 먼저 없애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급망 전체에 걸쳐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위험관리’다.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이 공급망에 항상 존재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아이슬란드 화산재’와 같은 돌발적 상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고객에 의한 돌발 상황 역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처법을 미리 준비하고, ‘고객의 뇌 속으로’ 파고들어 얻은 정보를 전사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고객밀착’이 세 번째 과제다. 모든 CEO들은 SCM을 고객서비스의 일종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높아지는 고객 요구에는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않다. 빠르게 변하는 요구에 따라 동적(dynamic)인 공급망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고객의 행동이나 구매패턴에 대한 정보 확보가 필수다. 덥다고 아이스크림 공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어떤 맛 아이스크림 공급을 더 늘려야 할지 파악해야 한다.
네 번째는 ‘비용절감’이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아웃소싱이 대표적 방법이다. 비누, 샴푸 등을 생산하며 명성을 쌓아온 P&G의 CEO는 얼마 전부터 고객관계관리와 신제품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에만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생산은 모두 외주다. 이를 통해 민첩성과 가변성을 확보하고, 최적화된 공급망을 이루면서 획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마지막은 ‘세계화’다. 세계화는 분명 매출을 늘리지만, 운송과 신뢰성에 문제를 야기한다. 석유값에 따라 운송비가 널뛰고, 소비자는 자기 지역 제품에 더 큰 신뢰를 보낸다. 따라서 세계화 시대에 CEO는 세계와 지역 간의 균형을 맞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관점에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미래형 SCM 구축을 위해 메들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관점을 제안했다. “지휘자가 다양한 악기 소리를 조율하듯 공급망 상에서의 여러 활동을 조율할 수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