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특강]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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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걸리의 부상은 ‘진입장벽 제거’효과에 따른 것입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주 금요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50여명의 CEO를 대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공정거래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 남영선 한화 대표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정 위원장의 이날 강연은 ‘술’을 예로 든 기업 경영 노하우에 대한 설명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 위원장은 우선 막걸리 산업 부흥을 예로 들며 기업에 시장의 진입장벽에 안주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정 위원장은 “당시 술도가에 대한 지역 단위의 할당이 있었고, 철저한 기득권을 보호받고 있었다”며 “공정위가 1999년 우리나라 사람을 다 술꾼으로 만들거냐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진입장벽을 제거한 결과, 전체 알콜섭취량은 늘지 않고 막걸리의 품질은 높아져 오늘의 부흥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입장벽을 제거하는 당사자는 당시의 기업가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지만 결국 10년, 20년 두고 보면 관련 산업이 좋아지게 된다”며 특히 요즘 진입장벽과 관련 많은 논란이 있는 금융·유통·보건복지서비스 분야의 기업가들에게 단견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마찬가지로 정부의 육성·보호에 기업가들이 만족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막걸리가 인기를 끌며 전통주 육성 관련한 법도 생겼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역량있는 사업자가 들어오는 것”이라며 “산업을 육성한답시고 교육기관 만들고 보호대상 설정하면 결국 진입장벽이 되므로 시장경제 원론에 충실하면서 문을 열고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위스키나 포도주의 90% 이상은 스코틀랜드나 프랑스 등 외국산이지만 일본의 경우 50% 이상이 국내산”이라며 “사케도 지방마다 명주가 있고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명주라 불리는 안동소주가 그 반값밖에 안 된다. 이래가지고 한류라고 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지금과 같은 주류산업 규제를 일본은 1980년대에 없애 버렸기에 그러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 위원장은 “기업들의 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인한 진입장벽을 제거하기 위해선 기업이 그러한 행위로 얻는 경제적 이득보다 많은 과징금을 부여해야 효과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 과징금 수준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며 공정위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활동에 대한 기업의 이해를 주문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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