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증시에서 `테마장세`와 `실적장세`는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실적장세가 기업의 현재 성적표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면 테마장세는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는 미래 성장 기대감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기업의 실적과 테마가 비교적 정비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증시를 지배했던 테마는 △아이폰 열풍에 따른 스마트폰주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히는 태양광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로 주목받은 원전주 △전기차 상용화에 따라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2차전지주 △영화 `아바타` 흥행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3D주 등이 있다. 이들 `테마`로 주목받았던 기업들 실적 역시 전반적으로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 태양광주 가장 돋보여
= 태양광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활발하게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다. 미국만 해도 지난해 900㎿ 정도였던 태양광 설치 용량을 올해 1590㎿까지 확대하는 등 60% 이상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국내 태양광업체의 실적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 OCI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4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5% 증가했다. 매출액은 6114억원으로 41.6%, 순이익은 1055억원으로 133.3% 각각 늘었다. 태양광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OCI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완공된 폴리실리콘 제2공장을 100% 풀가동해도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주성엔지니어링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반도체ㆍLCD 분야의 성장뿐 아니라 태양광 분야도 크게 기여했다. 주성 관계자는 "태양광 장비 사업이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휴대전화 제조사 울고, 부품사 웃고
= `아이폰 열풍`으로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에는 비상이 걸린 반면 부품업체들은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이 일반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서 부품 종류가 늘어나고 부품단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부품업체 파트론은 비수기인 1분기에도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파트론은 지난 1분기 매출액이 5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50% 증가했다.
파트론 관계자는 "휴대전화용 안테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는 물론 전기 대비로도 늘어났다"며 "휴대전화 기능이 다양해질수록 들어가는 부품 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LED와 LCD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 역시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했다. LG이노텍은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늘어난 774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두 배 넘게 증가한 424억원을 기록했다.
◆ 2분기 더 기대되는 2차전지ㆍ원자력주
= 국내 2차전지 업계의 양대산맥인 LG화학과 삼성SDI가 모두 깜짝 실적을 올렸다. LG화학은 지난 1분기 매출액 4조4231억원과 영업이익 652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분기 매출은 사상 최대치며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 6969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삼성SDI 역시 1분기 매출액 1조2049억원, 영업이익 646억원, 순이익 467억원을 기록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8%, 영업이익은 72.3% 각각 늘어난 것이다.
원자력주 중에서는 전력기자재 및 원자력 구조물 전문기업인 보성파워텍이 단연 돋보였다. 보성파워텍의 1분기 매출액은 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2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7%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무려 1793%나 증가한 36억7300만원을 달성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원전 관련 매출이 올 1분기 약 38억원에 달하며, 2분기 56억원 등 연간 총 25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전 대표주인 한전KPS와 한전기술도 각각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 8% 증가했다. 하지만 더욱 주목할 점은 지난해 말 수주한 UAE 원전의 설계가 2분기부터 기성으로 잡힌다는 점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과 테마의 동조 현상`을 `호황 진입 국면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분석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각 분야에서 신규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테마를 실적이 뒷받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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