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소프트웨어(SW) 기술자 신고제를 도입한 뒤 SW 개발자 2명 중 1명이 회사의 강요로 경력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SW 기술자 신고제는 기술자의 경력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보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술자에게 신고를 의무화해 기술자 등급에 따라 사업비를 차등 지급한다. ‘경력 부풀리기’가 만연하면서 당초 공공부문 SW사업단가 산정 기준을 객관화하겠다는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 SW 개발자 3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SW 기술자 신고제에 대한 설문에서 전체 46%에 달하는 142명이 경력 부풀리기로 프로젝트에 투입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경력 부풀리기는 사업비를 늘려 받으려는 회사의 강요에 따른 것이다. 경력 조작자 중 93%(133명)는 회사의 강요로 어떨 수 없이 경력을 부풀렸다고 밝혔다.
SW 기술자 신고제 시행 규칙엔 경력을 조작할 경우 기존 경력을 모두 말소하는 처벌조항이 있다. 현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상당수 개발자들이 ‘무경력’ 개발자로 추락할 두려움을 안고 업무를 보는 셈이다.
SW 개발자 박 모씨(남·32)는 “회사에서 (신고제 등록을) 하라고 했으나,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 경력 관리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양성하겠다며 정부에서 쏟아낸 육성책도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경력 조작 관행이 횡행하는 이유는 SW 개발자가 신고제로 경력을 인정받으려면 근무 중인 회사의 직인이 찍힌 ‘근무경력 확인서’만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SW 개발자와 해당 기업이 협의 하에 근무경력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
기술자 등록 업무를 맡은 SW산업협회는 무작위로 전화 조사로 사실 여부를 재확인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모니터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지식산업인 소프트웨어 산업을 일괄적인 잣대로 평가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사람 수가 아니라 기능을 중심으로 단가를 매기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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