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에 한적했던 백령도 해변이 천안함 침몰로 군인들을 비롯해 각 언론사 차량과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우리 사업지원센터 직원들 역시 사고현장이 내려다 보이는 장촌 해변가로 내달려 긴급통신지원을 개시했다.
백령도 같은 농어촌 격오지에서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안정적인 통신망 운영이 최우선이다. 사고 직후 며칠 새 통화량이 급증했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 해당 분야 최정예 통신전문가를 총동원, 현장에 급파했다. 14명의 백령지사 직원들과 함께 위성인터넷과 위성전화, 이동기지국을 통한 이동전화과 와이파이(Wi-Fi), 여기에 방송망까지 다양한 통신설비를 즉각 현지에 구축했다.
4월. 뭍에서는 따뜻한 햇살 아래 진달래, 개나리 등 봄꽃이 화사하게 피는 계절이었지만, 백령도 장촌 해변에는 밤새 서리가 내린다. 함미가 들어올려질 때까지도 바다에선 매서운 칼바람이 일었다. 위성안테나와 케이블을 설치하고, 통신회선을 단말기에 연결하는 동안, 시린 손마디보다 마음이 더 아렸다.
북한과 가장 인접한 지역에 살며 평소 팽팽한 긴장감 속에 생업에 종사해온 주민들은 지원 나온 우리 직원들의 불편을 자기 일처럼 도와줬다. 하지만 물자 보급 등 여러 가지 아쉽고 부족한 게 많았다.
바로 그때 본사에서 천막과 커피, 라면 등 지원물품이 도착했다. 누구에게 부탁하거나 요청한 일도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천막 설치며 허드렛일을 도와줬다. 덕분에 우리는 백령도 장촌 해변에서 백령 주민과 유관기관 관계자, 그리고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언론 종사자들의 휴대폰을 충전해주고, 따뜻한 커피와 라면을 제공하는 쉼터를 운영할 수 있었다. 서로 돕고 협력하는 그 모습이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뭍으로 돌아오는 배편에 몸을 실었을 땐, 마음이 마냥 무겁기만 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용사 46인의 명복을 빈다.
한병영 KT 인천마케팅단 사업지원센터장 hby@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