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디를 가도 아이패드 이야기다. 아이패드를 보면 미래의 디지털 혁신 방향이 보인다. 아이패드를 디자인한 애플의 죠나단 아이브스는 아이패드에 빠져 있는 것들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컴퓨터에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키보드도, 마우스도 없고, 메뉴도 찾아볼 수 없다. 덩그러니 버튼 하나만 있는 아이패드를 사용하다 보면, 아이패드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미래 디지털 혁신의 핵심은 바로 컴퓨터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마크 와이저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사라지는 기술이라고 했다. 아이패드의 등장은 컴퓨터가 일상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녹아들어 사라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은 더 이상 일상의 삶과 구분이 되는 다른 영역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일하는 일상의 삶 속 경험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패드를 이길 수 있는 미래의 디지털 혁신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태블릿PC는 아니다. 아무리 스크린이 좋아도,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또 다른 태블릿은 그저 또 하나의 아류일 뿐이다. 오히려 아이패드가 보여준 디자인의 가능성을 우리가 일상의 경험 속에 사용하는 일반 도구에 접목시켜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학교나 사무실에서 흔히 보는 책상에 아이패드와 같은 멀티터치 스크린이 있으면 어떨까? 모든 앱들과 데이터는 인터넷 클라우드에 존재하고, 내가 가지고 다니는 모바일기기들과는 접촉과 무선을 통해서 연동할 수 있는 그런 책상을 상상해 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이제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아이패드 세 배 크기의 스크린을 가진 책상이 모든 학교와 오피스에 들어간다고 상상해보자. 집과 학교에서 구입하는 책상, 컴퓨터, 각종 교과서 비용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경제성을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아이패드 킬러는 어떤 의미에서는 데스크톱이다. 데스크톱PC가 아니라, 데스크톱, 그냥 책상을 말하는 것이다.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국내 기업들이 거의 공급했다고 한다. 그런 국내 전자업체들이 책상 제조업체와 협력해서 전 세계 최초의 스마트책상 운용체계를 만들고, 앱스토어를 운영하면 어떨까? 그리고 그곳에는 교과서와 참고서를 만드는 출판사들, 학용품과 사무용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그런 복합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자신들 만의 기발한 앱을 만들어서 팔기도 하고 무료로 공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무한 혁신은 컴퓨터를 컴퓨터로 보지 않는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기존에 익히 알고 있는 주변의 물건들을 새롭게 디자인할 때에 아이패드와 같은 제품을 따라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디지털 혁신은 정보통신 업체들만의 독점영역이 아니다. 디지털 혁신은 모든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컨버전스이다. MIT대학에서는 한 학생에게 한 노트북 주기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학생에게 한 책상 주기 운동을 시작해보자.
유영진 템플대 경영대 교수 yxy23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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