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칠곡에 소재한 S사는 LCD·PDP TV용 액정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인근 회사가 해당 기술을 입수해 동일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곤혹스러웠지만, S사는 기술 유출에 따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분쟁에 대비해 개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활용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상대 회사는 이 사실을 알고 해당 기술 개발을 포기했다.
강원도 강릉에 소재한 화학 제조사인 B사는 해당 기술의 모방 특허를 우려해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다. 대신 해당 기술이 유출될 경우에 대비해 개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기술 자료 임치제도를 이용해 자사의 핵심 기술 보호에 나섰다.
기술자료 임치제도(이하 기술임치제도)가 중소기업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술임치제도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중소기업의 폐업·도산으로 피해를 보는 대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일종의 ‘기술보험’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기술 보유자가 핵심 기술 정보를 제3의 공인기관에 맡겨 개발 기업의 폐업·파산, 기술멸실, 개발 사실 입증 및 계약상 교부 조건이 발생하는 경우 임치물을 활용함으로써 자사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현재 중소기업청이 제도 운영 기관으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중기청에 따르면 2008년 8월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된 기술임치제도는 3월 현재까지 총 203건을 유치, 제도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 업체들의 제도 이용이 보다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1월 7건에 그쳤던 제도 이용 실적은 2월과 3월에 각각 27건과 23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기술임치를 통해 업체가 법적으로 완벽하게 보호받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의 불법 유출시 현재로서는 가장 유효한 구제수단이 사법적 분쟁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분쟁 과정에서 자사의 기술개발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피해기업이 기술임치제도를 활용하더라도 임치된 기술자료의 법적 효력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법률적 분쟁 발생시 사법부가 기술개발을 사실 관계로만 참고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최근 권성동 의원 등 1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기술임치제도 개정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법안의 주요 골자는 임치된 기술자료에 대해 추정력을 새로 부여함으로써 기술 소유권 및 개발 시기 등에 대해 법적 효력을 명백히 하고, 제도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자 등에 대해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추정력이란 반대증거가 없는 한 법률상 사실을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권리로, 기술임치 제도 이용기업은 임치 기술에 대한 분쟁발생시 추정효과를 통해 해당 기술에 대한 충분한 권한과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사실상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법률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 개정안은 최근 국회 지경위를 거쳐 법사위에 상정됐다.
조주현 중기청 기술협력과장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기술개발 사실을 보다 쉽게 입증할 뿐만 아니라 임치기업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기술공개를 우려해 특허를 출원하지 않은 기술도 임치제도를 통해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기술유출 예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