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보통신업계나 유관 공무원들을 만나면 ‘IT 정부부처 조직론’이 어디서나 화제다. IT를 여러부처로 쪼개는 과정에서 1차전을 관전하고 경험해서인지, 토론 수준 또한 매우 높다. 수많은 대안도 나온다. 음식점에 앉아 ‘그들 나름의 IT부처 조직론’을 듣다보면, 하품하는 식당아줌마의 눈치를 봐야할 시간을 훌쩍 넘긴다.
치열한 토론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아쉬움은 이미 어떤 부처도 IT정책을 2순위, 3순위, 최하순위로 밀어 놓고 있다는 현실이다. IT총괄부처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경쟁적으로 IT주무부처를 표방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를 보자. 방통위는 국회와 언론에 민감한 방송정책의 스케줄을 우선 챙기고, IT정책은 이를 고려해 끼워 맞춰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보통신에 방송이 합쳐진 조직이지만, 여건상 우선 순위를 방송정책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공무원들이 ‘하반기에는 방송과 국회 이슈로 시끄러울 테니, 상반기 중에 통신정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초조해할까.
지식경제부에서도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단계 높인 원전 수주 이슈에, 잘나가는 자동차, 끊임없는 무역 쟁점 등으로 한 때 대한민국의 자랑거리였던 IT가 부각될 기회는 많지 않다.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때문일까. 최근 IT 정책 영역을 둘러싼 지경부와 방통위의 예사롭지 않은 힘겨루기를 지켜보면서도, 업계와 관계기관, 심지어 유관부처 공무원들까지 그 배경에 의문을 표한다.
IT정책을 둘러싼 두 부처의 갈등은 총력전 양상이다. 두 부처는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는 IT 진흥 업무에 한정해서만 갈등을 벌여왔다. 규제부분은 방통위 역할임이 명확했기 때문인데, 지경부가 이 영역을 치고 들어오자 방통위가 발끈한 것이다. 또 ‘방통위는 규제전문기구로 축소하고 산업 정책적 의미의 진흥은 모두 타 부처로 이관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관가에서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그 진원지와 의도를 둘러싸고 지경부와 방통위간 2차전으로 확전됐다.
하지만 정보통신업계는 두 부처가 벌이는 이같은 경쟁이 대한민국 미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온 IT강국 코리아를 IT정책 주무부처 지위에서 계승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업무 영역을 추가하고 넓히기 위한 부처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두 부처가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의 배분 비율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시점이어서, 이같은 우려가 설득력을 더한다.
IT를 타분야의 후순위로 두고 있는 두 부처로서는 언제든지 방송과 원전 등의 이슈에 따라, 수장들의 IT에 대한 관심을 뒤로 미룰 수 있다. 이는 위원회 조직인 방통위는 물론 지경부도 조직의 역할과 구조상, 지속적으로 IT생태계를 최우선으로 챙길 수 없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은 불모지에서 IT강국을 건설했다. 그리고 IT코리아는 아직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브랜드다. 우리가 IT분야에서 무수한 ‘세계 최초’를 만들어낸 원동력은 집중력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IT를 최우선시하는 미래개척의 주체다. 그 주체가 통합부처 모습이건, 기존체제 그대로이건, 그 형태는 부차적인 문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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