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분야에 아토초ㆍ복합소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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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초과학 분야에 ‘아토초’와 ‘복합소재’ 바람이 일 조짐이다.

오는 7월 경북 포항에 설립되는 독일 막스플랑크 한국연구소(이하 한국연구소)가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될 아토초와 복합소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초과학의 패러다임마저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아토초와 복합소재는 그동안 노벨상의 변방에 머물러 온 우리나라가 첫 노벨상을 수상할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신세계로 가는 단초 ‘아토초’=10억분의 1초를 1나노(Nano)초라고 하고, 10억분의 1나노초를 1아토(atto·100경분의 1)초라고 한다. 수소의 전자가 핵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0아토초. 전자가 움직이는 과정을 정지 화면으로 찍어 관찰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찰나의 기술’ 아토초다. 미지의 세계인 초고속 현상을 탐구하고, 새로운 물질의 성질을 조작해낼 수 있는 연구 분야인 셈이다.

이번 한국연구소에서 아토초 분야는 김동언 포스텍 교수와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의 크라우츠 교수가 맡을 예정이다.

포스텍에서 레이저과학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 교수는 이미 지난 2007년 말 크라우츠 교수와 공동으로 원자 속 전자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170아토초 펄스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남창희 KAIST 교수(물리학과)가 초고속 레이저 촬영법을 활용해 200아토초 X선 펄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초보 수준에 머물던 국내 아초토 기술이 연구진들의 노력으로 급속한 진전을 보고 있다.

◇소재 혁명의 불씨 ‘복합소재’=복합소재는 세라믹이나 화학 소재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소재들이 결한된 형태의 소재를 말한다. 최근 환경과 에너지 관련 산업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경량화나 절전, 이산화탄소 포집 성능 향상 등을 위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그외 탄소섬유와 플라스틱을 결합해 만든 항공기 몸체, 그래파이트를 넘어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만든 골프채 샤프트, 가벼우면서 외부 충격과 열에 강한 자동차부품, 연료전지 등에 이르기까지 복합소재 응용분야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아토초 기술과 만나면 원자나 분자를 제어해 새로운 복합소재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한국연구소에서는 이 연구를 박재훈 포스텍 교수와 막스플랑크 고체화학물리연구소장인 하우쳉 박사가 이끌어갈 예정이다.

◇한국서 왜 아토초와 복합소재인가=생명의 근원을 밝히는 분야인 아토초 과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방사광가속기가 필수다. 포항에는 이미 방사광가속기가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향후 경북 경주에는 양성자가속기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연구환경이 탁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소가 갖춰지면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장비를 들여와 포항 방사광가속기 빔 라인과 접목할 계획이다. 아울러 아토초에 대한 연구가 미국 등 선진국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막스플랑크 한국연구소 설립에는 올해 약 25억원의 사업비가 들 예정이며, 내년에는 국비 55억원을 포함해 100억원의 사업비로 이 두 분야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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