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스포츠는 높은 점수를 얻어야 승리하지만 골프는 낮은 점수를 기록해야 이긴다. 골프 이외의 대부분의 스포츠는 상대편의 얼굴을 보면서 동시에 플레이를 하는 형태로 경쟁을 하는 반면에 골프는 40분전에 경기를 끝마친 선수와도 경쟁을 한다. 아마 골프의 본질이 코스와의 싸움 혹은 나와의 싸움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골프 클럽은 번호가 커질수록 짧아진다. 9번 아이언이 7번 아이언보다 짧다. 골프 이외의 분야에서는 이런 경우가 없는데 유독 골프만 이런 식이다. 만사를 역으로 생각해야 하는 골프의 본질과 맞아떨어지기는 하지만.
볼을 띄우려면 샷을 내리 찍어야 한다. 클럽을 퍼 올리면 얇게 맞는 샷이 나와 바닥에 낮게 깔리게 된다. 멀리 보내려면 힘을 빼야만 한다. 연못이 그린 앞을 가로막고 있어 레이업을 하려고 100m만 보내려고 하면 영락없이 130m가 날아가서 물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퍼팅도 마찬가지다. 짧은 퍼트가 긴 퍼트보다 더 어렵고, 악착같이 넣으려고 하면 안 들어가는 퍼팅도 게임을 포기하면 쑥쑥 들어간다.
코킹을 할 때 손목의 움직임을 생각해보자. 손목은 손등과 손바닥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로 진화되어 왔는데 골프에서는 손목을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움직여야 샷이 제대로 된다. 백스윙 시에 손목을 손등, 손바닥 쪽으로 움직이면 슬라이스가 나거나 훅이 나도록 되어 있다. 쭉 뻗은 왼팔만 해도 그렇다. 팔꿈치 관절은 구부러지도록 설계된 것인데 골프에서만은 팔꿈치 관절이 고장난 로봇처럼 스윙을 해야만 좋은 샷을 칠 수 있다. 조물주의 의도를 거역하는 금단의 운동이라 골프가 재미있는 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부터 골프 스윙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옛날 골프 교습서를 보면 역C자형 스윙을 기본으로 가르쳤는데 요즘에는 허리에 무리가 따르지 않는 I자형 스윙으로 바뀌었다. 백스윙 때, 왼손 팔꿈치를 펴라는 가르침도 위협을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왼손 팔꿈치가 접히는 것은 상관없다고 하는 레슨 코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골프는 뒤집어 생각하고 뒤집어 봐야만 하는 이상스런 운동이다. 하지만 골프가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골프는 너무 이상하면서도 너무 재미있는 희한한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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