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해 있는 ‘통일IT포럼’이 지난 2007년 11월 27, 28일 이틀간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수도 옌지시에서 남·북·중 SW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동아시아IT포럼’을 개최한 적이 있다. 당시 학술대회 주제는 ‘SW & LINUX의 동아시아 지역 ICT분야의 교류협력방안’이었다. 원래는 SW 아웃소싱을 주제로 기획됐다. 하지만 행사 며칠을 앞두고 돌연 북한이 주제를 공개SW로 바꾸자고 요청해왔다. 돌이켜 보니, 북한의 과학기술 단체(조선정보산업지도국, 조선국가과학원, 민족과학기술협회)대표와 교수(김일성종합대학 및 김책공업종합대학)들이 한국 측 공개SW전문가들에게 자신의 리눅스 SW기술 수준을 평가받아 보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최근 북한의 컴퓨터 운용체계(OS) ‘붉은 별’이 2000년대 초중반 출시된 펜티엄4 컴퓨터에 맞춘 리눅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SW 대부분은 공개 리눅스를 활용하고 북한에 필요한 응용 프로그램만 자체 개발, 개발 비용을 절감했다. 북한은 2006년부터 대학과 연구소 IT전문가들을 총동원해 붉은 별 개발에 착수했지만,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껏 베일에 싸였있었다.
붉은 별은 기술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는 전혀 다르지만 겉모습과 사용 환경 및 데스크톱 기본 화면은 윈도와 유사하다고 한다. 설치 CD에 북한식 연도 표기인 ‘주체 98 (2009)년’ 이외에는 정치적 색깔을 전혀 나타내지 않고 있다. 북한 체제유지를 위한 정치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데다 외국어 환경도 지원하고 있다. 아마 붉은 별을 수출할 의도로 개발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응용 프로그램 중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웹브라우저인 ‘내나라’다. 인터넷과 별도로 운영되는 북한의 폐쇄적 네트워크 특성을 반영하듯 기본 검색엔진으로 ‘내나라BBS’라는 것이 설치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에 해당하는 응용 프로그램은 ‘통합사무처리프로그람 우리’다.
리눅스의 매력은 프로그램의 소스를 공개, 누구나 무료로 자기 환경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소스’ 정신이다. ‘윈도’처럼 값비싼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윈도95, 윈도98, 윈도NT 등 윈도 형제들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리눅스 사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리눅스 정신인 오픈은 공유와 나눔·개방과 참여·위키의 협업·공개와 표준 등이다. 특히 SW분야 표준은 공개되어야 하므로 공개SW가 표준으로 발전하고 자리매김하고 있다. 리눅스뿐 아니라 우수한 공개SW를 잘 활용하고 이를 발전시키면 한반도가 전 세계를 상대로 공개SW 생산국이 될 수 있다. 특히 북한에는 우수한 IT분야 인재가 많으므로 리눅스 원천기술 확보와 기술역량이 상당할 것이다. 개발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공개SW를 제3국에 수출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북한판 IT분야 젊은이 일자리 창출’이다. 북한이 애지중지하는 ‘붉은 별’의 원래 정신이 공개이 듯이, 북한은 하루빨리 남북 SW개발 협력문제도 ‘공개’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최성 남서울대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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