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 포커스]BMW `트랙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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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에는 뉘르부르크링이라는 유서 깊은 자동차경주장이 있다. 이곳의 북쪽 코스는 한 바퀴를 도는 거리가 21㎞나 되고, 심한 고저 차이와 73개의 코너가 있어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녹색 지옥(green hell)’이라는 별명이 그 가혹함과 위험성을 대변해주는 이 경주장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성지’다.

내로라하는 자동차회사들이 신차의 개발테스트를 위해 애용하는 곳이지만, 일반 개방 일에는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해보기 위해 외국에서도 많은 마니아들이 방문한다. 차를 가져올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은 주변의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아예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하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BMW가 25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링 택시’는 뉘르부르크링의 명물 중 하나다. 사전 예약을 하고 택시비를 치르면 레이서가 운전하는 507마력의 BMW M5에 동승해 10분 동안 짜릿한 스릴을 즐길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체험을 운전석에 앉아서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자동 주행이 가능한 차가 레이서의 운전실력을 똑같이 흉내 내 준다면? BMW는 지난 해에 이와 관련된 기술을 시연해 보였다. 운전자가 손을 놓은 상태에서도 뉘르부르크링을 스스로 주파할 수 있는 3시리즈를 선보인 것이다. 단순한 완주가 아니라 전문 운전자와 동일하게 ‘이상적인 라인’을 따라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여러 개의 코너가 연결되며 이어지는 자동차경주장의 도로(트랙)에는 그마다 최적의 통과 라인이 있다. 이 라인을 따라 주행하면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트랙을 돌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몸에 익히는 것이 자동차 경주의 기본이다. 이는 고급 운전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프로그램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런데 이 라인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가르친다는 것이 어려웠다. 가령 교관이 교육생을 차에 태우고 직접 시범을 보이더라도, 동반석에 앉아서 보는 것과 운전석에 앉아서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BMW가 ‘트랙 트레이너’라고 부르는 다섯 대의 3시리즈를 개발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트랙트레이너는 정밀 GPS와 디지털 매핑, 영상 정보, 그리고 각종 센서로부터의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먼저 교관이 트랙을 몇 바퀴 돌고 나면 각 지점에서의 차량 위치, 가속페달 개도, 조향각 등 이상적인 라인을 그리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분석되어 차에 저장된다. 준비를 마친 트랙트레이너는 이를 토대로 자동 주행을 실시한다. 교육생을 운전석에 태우고 교관의 주행을 똑같이 재현해내는 것이다.

교육생은 운전대를 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돌려야 하고 코너 안쪽의 어느 부분을 통과해야 하는지, 가속페달은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등을 직관적으로 배우게 된다. 이를 통해 감을 익히고 나면 자동주행 기능이 해제된 상태에서 직접 운전을 해볼 수 있다. 이때는 LED경고등, 경고음, 그리고 운전대의 진동 등이 이상적인 라인을 잘 따르고 있는지를 확인시켜 준다. 이러한 과정들을 마치고 나면 그동안 저장된 주행기록을 PC에서 확인해가며 교관과 함께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다.

2006년에 트랙트레이너를 처음 공개한 BMW는 2007년부터 운전자 교육프로그램에 이를 실제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초기에는 뉘르부르크링을 달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지만 기술이 업그레이드된 덕분에 2009년 가을에는 주행시범을 보일 수 있었다. BMW는 이 기술을 일반 차에는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었다. 하지만, 응용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가령, BMW가 추후 공개한 ‘비상 정지 보조(Emergency Stop Assistant)’ 시스템은 운전자가 심장발작 등으로 갑작스레 운전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차 스스로 주변 차량들을 피해가면서 차선을 변경해 갓길까지 이동하고 구조연락도 취한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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