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업체의 해외 공장 설립이 최근 2년간 뚝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 2007년 각각 2건을 기록한 이후 좀처럼 진출 사례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경기회복에 따라 우리나라 가전, 휴대폰의 해외 생산량이 늘면서 관련 PCB업체의 해외 동반 진출이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14일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KPCA)가 발표한 최근 PCB업계 현황에 따르면 국내 PCB 업체가 해외에 진출한 것은 2008년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2007년 세일전자와 라인시스템이 각각 중국 톈진에 공장을 설립한 것이 가장 최근이다. 지난해 삼성전기가 차이나유니캡을 인수했지만 실질적으로 가동에 나서는 것은 올해가 원년이다.
이 처럼 최근 PCB 업체의 해외 공장 설립이 주춤한 데는 최근 경기침체와 함께 현지경영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임병남 KPCA 사무국장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해 해외진출이 답보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세계 경제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혹독한 변화를 겪으며 각 국별 해외 투자가 급감했으며, 우리나라도 비켜가지 못했다.
대덕전자 관계자는 “우리도 지난 1996년과 2003년에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했지만 실질적으로 실적에는 큰 도움이 안 됐다”며 “장치산업이라는 PCB의 특성상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중국이나 인도 등 저임금 국가에 가더라도 수익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라인 하나를 구축하는데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투자해야 하는데다 자본과 기술집약적인 산업의 특성상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저임금이란 메리트만 갖고선 해외 투자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요 고객사인 가전과 모바일 기기 등의 제조업체가 중화권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PCB 관련 업체도 해외 진출을 추가로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G 등 가전업체가 중국 등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 해외 생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주로 제품이 채택되는 연성 PCB업체의 해외 진출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저가 생산 제품은 중국에 시장을 내준터라 기술 속도에 걸맞는 기술 이전도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한 PCB 업체 사장은 “아직 해외 진출시기와 방향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데 중국 등 해외 기지 건설을 고민하고 있다”며 “중국업체의 인수 등을 통해 저가 생산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공장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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