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몸에 흐르는 피처럼 인쇄회로기판(PCB)은 전자제품을 작동시키는 원천입니다. 그래서 제품의 신뢰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14일 국산 PCB로 미국 슈퍼컴퓨터와 우주왕복선에 들어가는 제품을 만들어낸 홍정봉 이수페타시스 사장(56)은 자사가 만드는 PCB를 생명에 활기를 불어 넣고, 신체를 활동하게 하는 원천인 혈관에 비유했다. PCB라는 부품의 신뢰성을 강조한 것이자, 사업분야에 대한 애정이 함축된 말이다.
홍 사장이 이처럼 PCB의 신뢰성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이 회사의 제품이 주로 첨단제품에 적용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수페타시스의 제품은 통신장비의 핵심인 네트워크 교환기, 슈퍼컴퓨터, 우주 항공·국방 등에 사용된다. 따라서 PCB에 문제가 있으면 정보의 혈관인 인터넷과 통신이 멈추고, 항공기와 우주선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PCB를 피에 비유한 것이 이런 이유다.
네트워크 장비와 슈퍼컴퓨터 등에 제품을 탑재하면서 이 회사의 고객도 90% 이상 해외에 있다. 세계적 네트워크 통신장비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와 알카텔루슨트, 슈퍼컴퓨터 업체인 크레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7년에는 ‘AS9100’이란 우주항공분야 품질 인증을 받으면서 소규모지만 이 분야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네트워크와 슈퍼컴퓨터 등에서 독자 영역을 구축하면서 실적도 호조다. 국내 통신장비 시장은 여전히 힘든 시기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이 배경이다.
홍 사장은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4%, 수주액은 24% 증가했다”며 “그간 하락한 환율을 감안하면 전년대비 50% 이상 실적이 개선됐다”고 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네트워크 통신시장 투자가 본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또 올 들어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무선데이터 통신량(트래픽) 증가가 맞물려 교환장비 시장이 2014년까지 연간 8%씩 성장할 것이란 예측도 회사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홍 사장은 의료·국방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개척 의지도 내비쳤다. 의료분야는 작은 시장이지만 까다로운 신뢰성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일본 업체가 시장을 주도한다. 또 국방 분야는 미국 등 자국산업의 안보를 위해서 쉽사리 뚫기 어려운 분야다.
그는 “32층 이상 적층기술과 신뢰성 높은 기술로 네트워크, 우주항공, 슈퍼컴퓨터 등 그간 국내 기업들이 손을 놓은 곳에서 입지를 쌓았다”며 “의료와 국방 분야 역시 높은 신뢰성과 기술력이 요구되지만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조화를 위해서라도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