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는 잠자리 모양의 우주범선을 타고 새로운 지구를 찾아 나서는 14만4000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문제 투성이 지구를 떠나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새로운 행성은 첨단 과학과 기술로 무장한 공간이 아니라 공룡이 뛰어다니는 과거의 지구였다.
인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공간에 대한 동경으로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 우주여행을 시작했고, 숱한 이야기를 낳았다. 이야기 속 우주는 팍팍한 현실의 회피 혹은 극복의 공간이 됐다.
4월 12일. 우주를 상상이 아닌 현실 속으로 끌어들이는 두 사건이 발생한다. 1962년 4월 12일 구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세계 최초로 우주 왕복에 성공한다. 유리 가가린의 “하늘은 무척 어두웠지만 지구는 푸른 빛이었다”는 말은 인류 우주 탐험의 첫 기록이었다.
이 사건은 2차대전 이후 세계는 물론이고 우주에서도 구 소련과 패권 경쟁 중이던 미국의 자존심을 건들었다. 이후 미국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달 탐사선을 보내며 우주를 향한 도전에 박차를 가했지만, 아폴로 13호의 폭발과 같은 시련도 겪어야만 했다.
유리 가가린의 우주 왕복 성공 후 20년이 지난 1981년 4월 12일. 미국은 첫 우주왕복선인 콜롬비아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우주 개발의 중추로 떠오른다. 3명의 승무원이 탄 콜롬비아호는 54시간 20분의 첫 비행에서 지구를 36바퀴 돌며 기본적인 실험을 진행한 후 무사귀환했다. 그 해 11월 2차 비행도 성공하면서 콜롬비아호는 한 번 우주비행 후 폐기해야 하던 이전까지의 우주선에 비해 훨씬 더 경제적이고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디스커버리·엔덴버 등 미국의 우주왕복선은 과학실험뿐만 아니라 허블 우주 망원경 수리, 우주정거장으로 승무원 및 화물 이송 등 우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콜롬비아호는 2003년 2월 1일 28번째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텍사스 중 상공에서 폭발해 탑승한 승무원 7명을 모두 잃으며 20여년의 우주 여행을 끝낸다. 이 비극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 작업이 3년 가량 지연됐고, 우주왕복선의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구글 스카이로 사람들이 자신의 PC에서 은하와 우주를 관찰하고, 상업화된 우주여행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우주는 현실에 한층 가까워진 듯하다. 콜롬비아호의 우주 왕복 이후 끊임없는 탐색 끝에 우리가 도달하게 될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베르베르의 말처럼 미래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인류의 과거와 닮았을까? 실익을 둘러싼 숱한 논란 속에서 답을 찾기 위한 우주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