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현대기아차와 손잡고 자체적인 전기차 충전규격을 발표했다. 전기차 충전과 관련한 국가표준도 아직 안나온 상황에서 전력·자동차 분야 두 독과점기업이 앞으로 전기차 충전기는 이렇게 만들어야 구매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셈이다.
한국전력과 현대기아차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전기차 충전 인터페이스 표준화 세미나’를 열고 자체 전기차 충전규격을 선보였다. 두 회사가 공개한 전기차 충전규격은 완충시간이 약 30분인 급속충전 모드와 5∼6시간이 걸리는 완속 충전모드로 나뉜다.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설치하려면 가정용 220V 전력선이 아니라 아파트단지, 공장 등에 들어가는 380V 3상 4선 전력선을 직접 끌어와야 한다. 한전은 전기차 급속충전기의 개별 용량을 50kw, 역률은 90%로 설정했다. 급속충전기 용량을 이보다 더 키울 경우 전기차의 충전시간은 다소 줄지만 전력망에 무리가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행사에서 두 회사는 정확한 충전량 계측 및 양방향 정보교환에 필요한 무선통신 규격 등 예민한 기술정보는 제외하고 충전장치의 대략적인 전기스펙만 공개했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및 충전기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전기차 충전기술을 개발해왔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사 차량에 맞는 충전기 및 차량통신 규격의 외부 공개를 되도록 꺼려왔다.
현대기아차는 이달 중 남양주 연구소에서 전기차의 급속충전시스템을 공개할 계획이다.
한전은 오는 6월까지 자체 표준규격에 맞는 전기차 충전기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고 관련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중소 전기차업계는 두 대기업이 전기차 충전분야에서 자체 표준을 추진할 경우 향후 전기차 시장구도가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임근희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는 “경쟁국 동향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은 아니라도 민간기업들의 전기차 표준규격은 오는 연말까지 만들어야 한다. 한전이 전기차 충전규격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표준제정에 긍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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