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 법안 통과 `대화와 타협` 있어 가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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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 회의장.

 2년여 간 끌어온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다룬 법안인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최종 의결을 앞두고, 이를 반대하는 야당 측 의원들이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부활시키고 있는 일부 국가들의 동향을 예로 들며 RPS법을 끝까지 저지하려 했다. 그 때 RPS법 통과를 지지하는 여당 대표로 김기현 의원이 무대(?)로 나갔다.

 “한정된 정부 예산을 통해 지원하는 발전차액보다 수 십 배는 더 큰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열어줄 수 있는 RPS가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더 적합하다. 특히 RPS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발전원 간 형평 보급 문제는 각 발전원의 수준에 맞는 가중치를 부여하고, 태양광 보급을 위해서 따로 일정 쿼터를 배정하는 등 해외 사례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완벽히 보완한 것이 우리나라의 RPS다.”

 일순간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그렇게 반대하던 야당 의원들도 이 같은 설명에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예정에 없었던 토론이었던지라 사전에 어떤 코멘트를 준비할 수도 없었는데 김 의원의 입에서는 일말의 반대도 제기할 수 없을 법한, 법안의 핵심을 간파한 말들이 술술 나왔다. 지식경제위원회 6년차, 두 정권을 넘나들며 국가의 살림살이를 고민해 온 그의 내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런 김기현 의원(지식경제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을 만났다.

 

 “모든 이슈에 앞서 먹고 사는 경제문제가 제일 중요하고 국민 우선이라는 것은 여야 간에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지경위는 특히 우리나라 산업전반을 관장하고 있고 민생문제와 가장 밀접한 상임위이기 때문에 여야 서로 간 대화와 양보, 타협이 잘 이뤄지고 있다.”

 김 의원은 국회가 파행을 거듭할 때도 여야 의원들이 원만하게 안건을 처리하는 등 지경위가 베스트 상임위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비결을 ‘대화와 타협’이라고 꼽았다.

 “지경위를 6년째 맞고 있는데, 야당 간사인 최철국 민주당 의원도 6년째 맡고 있어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 서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당이 달라도 서로 믿고 있다”고 김 의원은 털어놨다. 당론을 넘어서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공감과 믿음이 지금의 지경위를 있게 만든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국가 산업의 허리가 돼야 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나면 기존에 적용받던 금융·세제·외국인력 고용 등 약 160개의 혜택이 없어진다”며 “유예기간 3년 지나면 대기업 취급을 받게 되기 때문에 기존 중소기업들이 위장 분사 등 회사 키우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 한다”고 한탄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세계적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이다. 중소기업을 졸업하게 되는 업체에 조세감면혜택, 자금 조달 등의 부담완화 방안을 마련코자 한 것이다.

 부담완화 방식은 중소기업 졸업 유예기간(3년) 이후 별도의 부담 완화기간(5년)을 두고 최저한세, R&D세액공제, 기업은행 거래지속, 신용보증 단계적 축소 등 지원책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김 의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중간 완충지대를 두는 것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까봐 반대했으며 기획재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정부 예산이 더 소요될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중소기업들을 현 상황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유럽 독일 등 기술력을 갖고 있는 강소기업을 우리나라에서도 육성하고자 이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중견기업은 커가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완충지대이면서 글로벌 전략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특히 김 의원은 “현재의 중소기업 지원재원을 축소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못박으며 “사업추진 재원 필요시 이를 신규로 확보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중소기업의 인력난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실업률은 늘어 가는데 비해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중소기업 인력이 21만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같이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원인으로 김 의원은 임금·복지·비전·사회 인식 등을 들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괜찮은 직장이라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인식시켜줘야 되며, 대기업이 1류이고 중소기업이 2류라는 생각을 바꾸고 중소기업의 도전정신, 성취도 등을 교육에 포함시키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청의 역량이 각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것까지는 부족해,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을 교육 등에 반영하기 어렵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초·중·고 교과서 개편(교육과학기술부·중기청)을 통해 어릴적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고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수 중소·벤처기업 정보 DB 구축으로 청년 구직자의 눈높이와 일자리 불일치라는 인력미스매칭을 해결하고, 대학생의 중소기업 현장체험, 성공 중소기업 CEO강좌(30개 대학) 등을 통한 인식개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지난해 발의한 에너지관리공단을 에너지기후변화공단으로 명칭 변경하는 법안이 계류중인 것에 대해 아쉬워했다. 김 의원은 “이 법안에 대해 일 년 간 기간을 준 것은 충분히 논의를 하란 것이었는데, 환경부에서 법사위까지 통과된 걸 뒤늦게 반대해 당황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 1980년 설립 이래 에너지절약과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통해 기후변화업무를 이미 수행해 왔으며 특히 90년대 후반부터는 온실가스 감축·등록 등 기후변화 업무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등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최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이 산업·발전분야는 지식경제부, 건물·교통분야는 국토해양부, 폐기물은 환경부 등에서 담당하기로 부처별 역할 조정이 이뤄진 마당에 명칭변경에 대해 더 이상 환경부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5%가 에너지부문에서 발생해 에너지절약이 기후변화대책의 핵심임을 감안할 때, 오는 4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에너지관리공단의 기관명칭 변경과 관련된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은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전력산업구조개편 문제에 대한 의견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는 “배전 부분의 민영화와 경쟁 도입이 현재도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처음부터 목표가 높았고, 의욕이 과도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야당은 현 상황에 대해 반대하고 정부는 재통합에 반대, KEPCO(한국전력)은 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해답이 쉽게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개인적으로는 공기업이 선진화된 시스템(효율화)을 도입한다는 차원에서 지금처럼 6개로 나눠져 있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원자력·수력 등 다른 발전원은 따로 해도 화력을 굳이 6개로 나눌 필요가 없고, 지금 이 상태 보다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생각이다.

 김 의원은 또한 ‘동북아오일 허브구축사업’에 대한 관심도 내비쳤다. “일본 중국 대만 미국 서부까지 커버하는 석유물류시장으로 만들고, 31일분 분량의 국가 석유 소비량인 2800만배럴을 항시 비축할 수 있기 때문에 비상시 국가 안보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김 의원은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석유중개/거래는 물론 프라이싱/석유정보, 해운·항만 부대사업 등 연관 산업이 발전하고 석유거래에 따르는 대금결제·파생상품 거래·장외시장 및 선물시장도 함께 발전해 울산이 명실상부한 석유산업의 물류거점 및 금융 허브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김 의원은 출신 지역인 울산의 대표 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은 기존의 사업방식 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화학산업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위기에 빠지고 있다”며 “실제로 모 정유사 대표가 ‘우리나라 정유공장은 어쩌면 5년 안에 문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었다”고 밝혔다.

 최근 중동지역은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배경으로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고, 중동지역 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게 될 올 하반기 이후 세계적 공급과잉 심화 및 치열한 시장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김 의원은 전망했다. 범용제품 위주로 생산의 절반이상을 수출하는 우리 석유화학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 의원은 “이런 중동발 파고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석유화학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범용제품에서 탈피해 바이오화학을 비롯한 고부가제품 생산을 확대하는 등 석유화학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화학 관련 분야 산업계와 전문가들이 제시한 안건을 꼼꼼하게 검토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향후 예산 지원 등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협력과 노력을 할 것”이라며 “화학산업을 한국의 미래 녹색산업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전기차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 자원고갈 등에 대한 대비책으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클린디젤차, 연료전지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전환 중에 있다”며 “그린카에 투자하지 않으면 자동차 시장에서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핵심부품 및 차량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이 있는 부품업계를 양성, 지방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 할 수도 있으며 이런 배경에서 총사업비 2000억원 규모의 ‘그린전기차 연구기반사업’을 2011년부터 진행할 예정으로 현재 예비타당성 연구용역중에 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김 의원은 이 사업을 통해 전기차 핵심기술개발, 실용화, 시제품, 시험평가 기반 구축, 전기차 모니터링 등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현 의원이 지금 맡고 있는 일은

 김기현 의원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우리나라 산업전반을 관장하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로 산업 전반이 어렵고 특히, 서민들이 가장 먼저 고통 받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 계층인 중소기업·소상공인·영세상인·저소득층 등의 문제를 다루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김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의 서민행복추진본부의 본부장으로서 서민을 챙기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만드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석유화학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녹색화학포럼’을 창립해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다. 범용제품을 탈피해 바이오화학을 비롯한 고부가제품 생산을 확대하는 등 석유화학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포럼의 목적이다. 김 의원은 녹색화학포럼에서 제조업 생산·수출 4위의 유화산업을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도할 녹색산업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민·관 공동 프로젝트인 ‘신르네상스’ 전략을 오는 5월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김 의원은 전기차 핵심부품과 차량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이 있는 부품업계 양성, 지방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그린 전기자동차 포럼’의 대표도 역임하고 있다. 2015년까지 전기차 분야 핵심기업 50개를 육성하고 기술수준을 최고수준 대비 95%까지 끌어 올리는데 기여한다는 전략을 세워 전기차 기술개발·정보교류·부품기업 R&D지원·제도개선·인프라 확충방안을 마련이 포럼 활동의 목표다.

 이 외에 김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 한나라당 저출산대책특별위원회 위원, 한나라당 재외국민특별위원회 위원, 국회조찬기도회 총무, 통합과 실용 간사, 한·우즈베키스탄 친선협회 이사 등을 겸임하며 바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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