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기반 모바일주식거래의 가능성과 우려
우리투자증권 천병태 이사
최근 아이폰 출시로 촉발된 스마트폰에 대해 일반 대중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이 관심은 금융권, 특히 증권업계로 와서는 모바일주식거래라는 뜨거운 화두로 이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모바일 거래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대체할 것이라는 과격한 주장까지 펴는 등 모바일에 대한 다소 성급한 기대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휴대폰 시장은 ‘1인 1휴대폰’으로 이미 성숙돼 있고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대체될 것을 가정한다면, 그리고 아이폰의 앱스토어 등 스마트폰의 높은 활용성과 편의성을 본다면 모바일 거래에 대한 증권회사들의 기대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며 미래를 대비한 당연한 예상일 것이다. 불과 15여년 전만 하더라도 주식거래는 객장에 나와서 하는 것이었고, 나오지 못하면 전화로 시세를 물어가면서 거래했다. 지금은 HTS를 이용한 온라인거래 비중이 60%를 넘는 등 오히려 대세가 되고 있음을 본 업계의 학습효과가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거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은 이제 겨우 첫발을 떼고 있으며 기능이나 시장 모두에서 그 가능성만큼이나 향후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새로운 방식과 특성이 지속적으로 출현할 것이고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개발 중에 변경, 폐기되거나 개발된 시제품이 나오지도 못하고 사산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즉, 관련한 IT투자로 인해 적지 않은 매몰비용(sunk cost)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모바일 거래의 높은 편의성과 시의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에서 가장 피해야 할 즉흥성이라는 치명적 결함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 주식거래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위 전문투자자 또는 속칭 ‘개미’들이 과거 객장에서 HTS로는 옮겼지만 모바일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이다. 즉, 많은 정보와 루머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데 모바일보다는 HTS가 나을 것이라는 추측과 주식거래를 위한 집중과 격리에 모바일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들도 또 다른 논리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수료 문제다. HTS는 편의성과 함께 저렴한 수수료로 객장을 제칠 수 있었으나 모바일은 수수료가 오히려 약점이다. 현실적으로 원가비용 수준까지 떨어진 HTS 수수료보다 더 낮게 하기가 쉽지 않고 증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출혈 마케팅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수반되는 부분이며, 고객으로서도 부가적인 통신비 부담이 있는 것이다.
사실 기존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시장에 나온 지 8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음도 상기의 이유에 따른 것이며, 스마트폰이 과연 이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이러한 현실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스마트폰 모바일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그럼 증권사들이 이런 우려들을 모르고 그저 불나방처럼 날아드는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먼저 스마트폰의 무한한 가능성 및 유용성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의 진화가 어떤 방향과 방식으로 될지 가늠할 수가 없으며 따라서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관련한 투자 규모가 증권사들의 최근 실적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며 신시장 진출과 선점이라는 전략적 목적을 감안하면 오히려 투자를 더할 수 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신시장이 되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현재의 모바일시장을 대체, 흡수할 것이고 그 증대된 편의성에 따라 현재보다는 더 많이 성장할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IT다’라는 말이 있다. IT를 빼고 금융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이고, 금융의 성장이 철저히 IT의 기술적 발전과 궤적을 같이 함을 의미하는 업계의 격언이다. 이번 스마트폰 역시 새로운 기술과 영역을 금융에 제공할 것이므로 금융시장은 또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본다. 증권업계로서는 모바일거래가 우선적인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고, 또한 주된 시장으로 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금융은 IT다’라는 말을 스마트폰이 또다시 입증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tsunc@woori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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