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아이티 가옥건설에 적용 예정
지진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한 내진 설계에 폐타이어를 활용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인도네시아 지원재단(IAF·Indonesia Aid Foundation)은 최근 모래주머니들 내부 또는 주위에 채워진 폐타이어 층 위에 건물을 짓는 내진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보통 건물은 땅 위에 지어져 지진에 허물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IAF는 건물과 흔들리는 지층 사이에 폐타이어를 쌓아 완충작용을 하도록 했다. 타이어-모래주머니 지지대 위에 지은 건물은 실험 결과 내진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은 IAF가 설계한 건물 2분의 1 크기 모형을 지진 진동 탁자 위에 올려놓고 내진 성능을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건물 모형을 타이어-모래주머니 바닥에 세우고 위험한 수준의 지진규모에 노출시켰을 때, 단지 2~3곳에만 균열이 생겼다. 반면 모형을 탁자에 직접 고정시키고 같은 규모의 지진에 노출시켰을 경우엔 상당한 균열의 성장이 콘크리트 벽에서 관찰됐다.
이에 대해 IAF 연구원인 앨런 얼리(Alan Early) 박사는 “폐타이어를 내진 설계에 적용하는 것은 산업화 폐기물 중 추한 부분을 가장 아름답게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라면서 “폐타이어는 신의 은총과 같다”고 강조했다.
폐타이어는 특히 내진 콘크리트를 쓸 형편이 못되는 개발도상국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석고, 석회암 등으로 만든 내진 콘크리트는 값이 비싸 개발도상국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폐타이어는 어느 곳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장점은 재생하기 어려워 골칫거리 폐기물로 전락한 폐타이어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얼리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타이어를 폐기하기 위해 직접 갖다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대량으로 비축된 폐타이어는 환경 및 보건 위험성을 부른다. 질병을 옮기는 설치류와 모기가 폐타이어 더미 속에 살고 있을 뿐 아니라 타이어를 불태우면 끄기가 쉽지 않고,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는 흑연(black smoke)을 배출한다.
이 때문에 미국 48개주는 매립지로 직접 타이어를 배출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2005년 약 1억5500만개의 타이어가 연료로 쓰였으나, 이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미국 뉴욕에 자리한 리-트레드(Re-Tread)사는 최근 적은 에너지로 생산되는 타이어 통나무에 대한 특허를 냈다. 이 회사 톰 핸슨(Tom Hansen) 사장은 고무 조각 및 내부 코어로 만들어진 타이어 통나무는 가정용 목재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타이어 통나무는 통 타이어를 이용하는 것보다 작은 노동력으로 쉽게 건축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초기 실험 결과 이 타이어 통나무는 내진성능을 가지고 있을뿐 아니라, 홍수 등 다른 자연재해에 잘 견디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트레드사는 현재 이 제품의 내진 성능을 추가 검증하기 위해 지진 진동 탁자에서 실험할 대학 연구팀을 찾고 있다.
핸슨 사장은 “만일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면 비영리 목적으로 대지진이 발생한 아이티 지원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얼리 박사의 목표도 비영리 방식으로 인도네시아에 내진설계가 적용된 가옥을 건설하는 것이다.
얼리 박사는 “만일 이 연구가 지진 전 아이티에 적용됐더라면, 신의 선물이 되었을 것”이라며, 20만 가구가 새로 지어질 예정인 아이티에서 폐타이어 내진 설계가 적용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또 앞으로 아이티 내 소규모 건축물 조합에 이 설계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난포커스 (http://www.di-focus.com) - 이주현 기자(yijh@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