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복귀 2주 만에 ‘유럽 구상’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오는 4월 말까지 유럽에 머물면서 스위스·이탈리아 IOC 위원들과 만남을 갖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신경영 화두 구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는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1996년 디자인 혁신을 예고한 밀라노회의에 이어 유럽발 경영 키워드에 관심이 집중됐다. 복귀의 명분으로 삼은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품질’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이 회장은 5월 귀국 후 ‘삼성 위기론’을 대체할 새 비전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출국한 7일 오전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 품질경영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이날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사장단협의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도요타 사태는 품질의 위기가 신뢰의 위기로, 신뢰의 위기가 결국 경영의 위기로 발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장단협의회는 각 계열사의 품질경영, 특히 해외 공장의 현황을 듣고 ‘절대품질 확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삼성전자·삼성건설·삼성에지니어링 등 삼성 계열사는 글로벌 사업 현장 점검에 나섰다. 특히 휴대폰은 배터리 폭발 가능성, 전자파, 유해물질 함유 여부 세 가지 항목에서 절대품질 확보에 들어갔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1차적으로 글로벌 사업 현장에 대한 품질 점검을 했고, 앞으로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경쟁사의 품질과는 무관하게 삼성이 세운 기준에 미달되면 양산체제에 들어가지 않는 게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 사업장에서 불량이 발생하게 되면 실시간 체크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일본 최대 재계모임인 게이단렌 요네쿠라 히로마사 차기 회장 내정자를 만난 자리에서 “삼성이 몇 년간 좋아졌지만 일본기업으로부터 아직 더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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