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본격적으로 구매제도 개선에 나선지 6개월.
당초 우려와 달리 시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업계 반발을 동반할 수 밖에 없는 협력업체 재정비 과정이 원활했다. △평가방법 계량화 △평가점수 공개 △구매프로세스 전산화 등이 잡음 해소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송·전기 부문 등 영세한 시장 규모와 구조상, 영업과 시공 능력을 모두 갖춘 협력사가 자리잡기 어려운 분야의 관리는 여전히 숙제다.
대기업, 그중에서도 구매부서는 전통적으로 ‘슈퍼갑’이다. 따라서 대기업 구매부서의 혁신은 해당기업의 ‘변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잣대다. 지난해 말 ‘구매제도 개선’을 선언한 KT의 변화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조용한 업계=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보통신공사 분야에서 일어났다. 제도 개선 이전에 484개에 달했던 협력업체 수는 307개로 줄었다. 영업만 하던 회사를 정리하고 시공능력이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직영화를 유도하면서, 재하청 구조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대규모 탈락에도 업계는 조용했던 것은 수차례 설명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평가기준과 취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또 업체 평가방법 자체를 계량화해 분란의 소지도 없앴다. 업체가 요구하면 평가점수도 공개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업체들의 경영상황도 변했다. 업체당 평균 매출 20억원에 육박, 직영 운영이 가능해졌다.
◇혁신은 현재 진행형=물자부문의 성과도 눈에 띈다. 급한 사업은 사업전략구매(BSP)제도를 통해 구매전략실을 통하지 않는다. 그 만큼 내부적으로도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었다. 종합평가입찰제, 일물복수가인정제, 개발전략구매(DSP)제 등 새로운 제도는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또 구매제도는 100% 가까이 전산시스템으로 이뤄져 임직원이 자의로 결정할 여지를 없앴고, 임직원과 협력사가 대면할 일도 줄여 문제발생 소지를 원천 차단했다. 협력사와 만남도 본사 면담실에서 이뤄져 언제, 어디서, 누구와 왜 만났는지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2% 부족한 혁신=다양한 시도에도 불구, 업체들이 느끼는 구매단가 인하 압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각종 제도 자체도 완벽하게 자리잡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비 등의 새로운 개념을 적용해 가격인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 장비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납품 수량이 넘어서면 고정비 만큼의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식이다. 또 1군 업체나 개인무선(와이브로, WCDMA) 부문의 협력사는 협력업체 재정비 과정에서 대부분 안정적인 수주 규모인 20억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전송·전원부문의 협력사 평균 수주액은 여전히 10억원 미만이다. 특히 수도권 이외지역 업체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 이들이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풀어야 할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관계사를 관문으로 세우는 그룹계열 사업자들에 비해 KT가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한 건 맞지만, 구매의 최대 목표가 원가절감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정태 구매전략실장은 “아직 시행한 지 6개월에 불과하고,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들을 감안할 때 성과를 언급하기는 조심스런 상황”이라며 “1년 전체의 사이클을 경험해야 제대로된 평가와 보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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