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시광산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폐기된 전자제품 등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도시광산의 역사가 짧고 기술개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고물상’ 수준의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도시광산은 단순한 폐기물 산업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하이테크’ 산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도시광산 기술은 선진국의 50% 수준이다. 특히 희소금속의 경우 이를 추출해 상용화 하거나 초고순도로 재가공하는 기술이 선진국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아예 없는 기술도 상당수다. 일례로 귀금속이나 구리 외에 인듐·텔루륨·니켈 등 18가지 금속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복합 광물처리 기술은 일본·벨기에·캐나다 등에서 3개 업체만이 가지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96건의 희소금속 추출 기술이 특허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일본에서는 320건의 특허가 출원돼 우리보다 3배나 출원률이 높았다.
그나마 국내 특허는 대부분 제련이나 정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슬러지 등을 처리하는 기술이었다. 회로기판이나 리튬이온 전지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특허출원은 20%에 그쳤다. 더욱이 특허의 40% 정도는 외국인이 낸 것이었다.
금속 추출 기술이 부족하다보니 폐전자제품을 일본 등 도시광산 선진국에 수출한 다음 비싼 가격에 자원 형태로 사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추출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소재기술이 없어 추출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처럼 국내 도시광산 관련 기술이 낮은 것은 무엇보다 관련 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이다.
국내 재활용업체 4128개 가운데 희소금속을 재활용할 수 있는 업체는 20개로 전체의 5.5%에 불과하다. 재활용업체들의 평균 종사자 수는 21명이고 5명 이하가 53%로 매우 영세한 수준이다. 기술개발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선진국보다 뒤처진 것도 문제다. 미국이 30여년 전부터 관련 법안을 제정한 것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일본은 물론 중국까지도 10여년 전부터 관련 대책을 마련했으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겨우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낮은 기술수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광산 산업이 기술형 산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폐기물을 처리하는 사업이 아니라 기업·정부·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혁신적인 기술개발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기술개발에 있어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정부는 민간의 기술 개발을 적극 도와야 하지만 민간 주도의 기술개발이 어려운 경우에는 정부 주도의 기술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희소금속을 함유한 폐기물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억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처럼 해외 의존도가 큰 상태에서는 기술개발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금융 및 조세혜택 지원, 수입관세 인하 등 적극적인 도시광산 육성책을 통해 관련 업체들이 영세성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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