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특별한 이유로 제주도 푸른밤을 찾지만 장대현 한신에너지 삼달풍력발전소 소장의 경우는 조금 더 특별했다. 대학에서 기관학을 공부하고 서울의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고향인 제주도에 돌아와 엔지니어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그가 결국 찾은 해답은 ‘풍력’이었다. 자신이 길을 개척해 놓지 않으면 다른 엔지니어들도 훗날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뛰어든 풍력분야에서, 장 소장은 이제 베테랑이라 불릴 만큼 실력을 갖추게 됐다.
장 소장이 총괄 업무를 맡고 있는 삼달풍력발전소에는 덴마크 풍력전문 기업인 베스타스의 3000㎾급 풍력발전기가 11기 설치돼 있다. 내년 10월이면 베스타스로부터 설비를 인계받아 자체 정비·운전을 수행하게 된다. 장 소장은 “현재는 자체 정비를 위한 준비과정 중”이라며 “직원 교육·훈련 및 운전과 정비에 필요한 표준지침서 작성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인계가 완료되면 장 소장은 직접 도구를 들고 정비작업을 수행하는 한편 설계도 확보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처음 소장으로 임명받았을 때를 그는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풍력발전기가 현장에 설치되기 전, 기술보호를 위해 접근이 제한됐던 부품을 연구하기 위해 그는 관리자의 눈을 피해 3개월 간 새벽이슬을 맞으며 공부를 했다. 마지막 날에는 관리자에게 발각돼 해고의 위기까지 겪었다. 이런 꾸준한 노력 덕분에 장 소장은 이제 정비·운전·제작·설계 등 광범위한 분야의 수준급 엔지니어로 인정받게 됐다.
연구를 통해 실력은 많이 키웠지만 아직 사업상 걸림돌은 많다. 장 소장은 지역 주민의 반대를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 일부 주민들이 지나치게 사적 이익만 주장하는 경우가 있어 풍력발전 사업이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업무의 40%는 민원 관련 업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양보하고 후손을 위해 희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풍력발전 산업은 제주도의 고용문제 해결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게 장 소장의 생각이다. 현재 1차산업(농업)과 3차산업(관광)으로 편중돼 있는 제주도에서도 이제는 풍력발전 등의 2차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풍력발전산업은 1㎿당 15명의 고용효과가 있으며 제주도가 필요로하는 풍력발전량은 2000㎿이기 때문에 3만명의 고용 잠재력을 갖고 있는 셈”이라며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 뿐 아니라 제주도의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더 노력해 풍력발전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