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들, 올해도 강도높은 사업 체질 개선 구조조정

 일본의 주요 전자업체들이 올해도 강도 높은 사업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한때 전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유수의 기업들이지만 지난 수년간 한국·중화권 업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오랜 침체를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1일 업계 및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일본 소니는 유럽 시장의 생산 거점인 슬로바키아 ‘니트라’ TV 생산 법인을 대만 TV 업체인 혼하이에 매각하기로 했다. 니트라 TV 공장은 소니가 지난 2007년 야심차게 지은 최첨단 생산 시설이다. 연 400만대의 TV를 조립·생산할 수 있다. 소니가 지난해 9월 멕시코 티후아나의 LCD TV 생산법인을 혼하이에 매각한 뒤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이뤄진 해외 생산 거점 매각이다. 당시 소니는 멕시코 공장의 지분 90%를 혼하이에 매각하며 10%의 지분만 남겼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거래를 성사시켰다.

 소니의 행보는 비록 혼하이에 대한 외주 생산 의존도가 높아지더라도, 갈수록 해외 생산의 실익이 사라지는데다 자산 축소에 따라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삼성전자와 LCD TV 시장 선두 경쟁을 벌인 결과 소니의 경영 상황은 악화 일로로 치달았다. 이에 따라 소니는 지난 2008년 12월 57개였던 국내외 공장을 매각하거나 폐쇄해 15개로 대폭 축소했다. 소니는 또 이번 결정과 함께 자국 내 중소형 LCD 모듈 공장 3곳 가운데 하나를 교세라에 매각하기로 했다.

 도시바는 싱가포르 현지의 중소형 LCD 모듈 공장을 대만 LCD 패널 업체인 AUO에 넘기기로 했다. 도시바가 매각하는 공장은 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트북 PC용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UO는 이 공장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LCD 모듈 라인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NEC는 1일 엔도 노부히로 신임 대표이사 취임을 계기로 ‘성장’을 모토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엔도 신임 대표가 이날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3개년 경영 목표의 핵심은 기존 주력인 IT에 이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NEC는 오는 2012년 회계연도 그룹 전체 매출 4조엔에 1000억엔의 순익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해외 시장 매출액이 연간 10%씩 성장, 이맘때 1조엔의 수출을 거둬야 가능한 수치다. 이를 위해 NEC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최대 전략 사업으로 선정, 향후 3년간 수백억엔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닛산과 강력한 제휴 관계를 맺은 NEC는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3년 뒤면 1000억엔 규모로 성장할 유망 품목이라는 판단이다.

 NEC가 성장 중심의 변신을 꾀하는 것은 지난 5년간 그룹 전체 매출이 1조엔 이상 줄었으며, 1만명 이상의 직원들도 감축하는 등 외형 축소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사업부문을 분사해 르네사스테크놀로지와 ‘르네사스전자’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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