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TV기업, 모듈사업 ‘주도권 다툼’ 치열

최근 세계 1위 TV 업체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LCD 모듈 공정 라인을 구축하면서 LCD와 TV기업간의 주도권 다툼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에 맞서 LCD 기업들은 앞다퉈 셀비즈니스 본격화, 중국 및 대만의 OEM 업체들과 손잡고 모듈 및 TV 제조 사업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부품 기업들의 혼란은 피하기 어렵게 됐으며 일부에서는 중복 투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TV업체 모듈 공정 내재화 왜=TV 업체가 패널 업체들의 영역이던 LCD 모듈 공정을 내재화하는 것은 1차적으로 핵심 부품에 대한 공급망관리(SCM)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다. TV 업체가 직접 BLU를 소싱, LCD 패널 원가의 30%에 해당하는 BLU 가격 협상력을 높여 수익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또 LCD패널과 TV 보드에서 중복된 제품을 효율화해 TV 제조 원가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VD사업부 관계자는 “LED TV 등 차세대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원활한 LCD 모듈 수급 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며 “TV 세트 사업의 효율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서치의 데이비드 사이 부사장은 최근 국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모듈과 TV기계적 파트를 통합할 경우 5내지 10달러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고 TV업체들의 모듈 사업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LCD 기업들은 향후 세트 업체들의 모듈 공정 확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CD 사업구조가 모듈 비즈니스에서 셀 비즈니스로 변화된다면 LCD 패널기업의 매출은 20∼30% 줄어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우선은 모듈 위주의 사업을 진행하되 고객에 따라 셀 비즈니스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모듈 조립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아웃소싱을 진행하는 한편 TV OEM 비즈니스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TV사업에도 일정 부분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이미 국내 BLU협력업체는 물론 TCL에 모듈 아웃소싱을 진행중이며 LG디스플레이는 암트란, TPV 합작회사를 설립, TV기업들을 대상으로 TV OEM 비즈니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품소재 업계 눈치보기=당장 부품소재 협력사들은 혼란스럽다. 삼성전자의 경우 두 개의 구매창구가 존재하다 보니 분기별 단가협상·제품 개발도 이원화됐다. 특히 패널·세트의 힘겨루기 상황에서 어느 사업부와의 거래에 집중해야 할 지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삼성LED와 루멘스가 양 사업부 모두에 LED 광원을 공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서울반도체도 두 사업부의 품질 승인을 통과, LCD사업부에 공급을 시작했다. 이와 별도로 VD사업부는 해외 LED업체로부터의 조달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두 사업부가 사업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중간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구매선이 늘어났지만 협력사 입장에서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정착될지는 미지수=이 같은 TV 세트 업체들의 자체 모듈 제작은 일본의 소니가 2000년대 중반부터 시도해 왔던 모델이다. 하지만 LCD 패널 소싱의 주력 모델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모듈 공정 자체의 기술적 노하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CD 모듈 공정이 BLU와 셀을 부착하는 단순 작업으로 보이지만, 품질 향상을 위한 부가적인 기술 요소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세트 업체들의 모듈 공정 안정화에는 일정 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우 ‘같은 우산 속’에 있는 양대 사업부가 중복 투자 등 불필요한 과열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VD사업부가 국내는 물론 중국까지 모듈 공장을 추진중이나 이미 LCD 사업부에서 관련 부분 투자가 이루어졌다.

양종석·안석현기자 jsy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