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욱기자의 백투더퓨처]<4>2004년 4월 1일

Photo Image

 사람들은 대개 4월 1일에 알려진 소식을 잘 믿지 않는다. 만우절이니까.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우리나라는 그나마 덜한 편이지만 만우절 전통이 있는 서구에서는 언론사까지 장난스런 가짜 소식을 전하는 일이 흔하다. 이러다보니 참말조차 거짓말 취급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지난 2004년 4월 1일의 뉴스에도 사람들은 시큰둥했다. “구글이 새 e메일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저장용량이 1Gb래.” “1Gb? 만우절 거짓말일게 뻔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구글은 지금까지도 매년 만우절에 뭔가 그럴싸해 보이는 농담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전력이 아니더라도 믿기 힘든건 매한가지다. 1Gb 용량의 e메일 서비스 따위는 이전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구글은 이날부터 정말로 1Gb 용량의 g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는 서비스 하단에서 ’1000MB’라는 글자를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Gb기가, TB라는 단위를 쉽게 쓰지만 무려 2004년 아닌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편리함이나 다양한 기능도 훌륭했지만 일단 1Gb라는 숫자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g메일은 당시 IT 분야에서, 또 IT로 인한 혁명적 변화를 일반인이 직접 마주하게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무어의 법칙’에 따라 하드웨어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리눅스로 대표되는 오픈소스가 등장하면서 소프트웨어도 무료로 쓰는 트렌드가 확산됐다. 또 초고속 브로드밴드가 확산되면서 회선 비용 자체도 줄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검색 등 충실한 무료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었다. 바로 IT와 관련해 필요한 모든 기능을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열렸던 것이다. 리치 칼가드가 ‘치프혁명’(Cheap Revolution)이라고 부른 것이 바로 이거다.

 g메일은 낮아진 하드웨어 가격과 초고속 인터넷에 힘입어 무려 1Gb 용량의 질 좋고 필수적인 e메일 서비스를 일반인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g메일은 바로 치프혁명의 총아이자 그 자체로 등장한 것이다.

 치프혁명은 이제 ‘클라우드 혁명’으로 진화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충분한 웹의 저장 공간, 즉 클라우드에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무료 SW로 언제 어디서나 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는 분명 클라우드라는 개념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4년 4월 1일은 치프혁명을 대중이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클라우드로의 진화에 불을 당긴 날이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