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IT업계가 국내 항공사의 소극적인 화물편 운항으로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일 관련 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최근 수출 증가에도 항공편을 제대로 늘리지 않아, IT 수출기업들은 운임 부담과 함께 공간(스페이스)을 잡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LED TV 수출을 하는 모 대기업 관계자는 “미주와 남미 수출의 집결지인 미국 LA향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며 “운임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적재공간을 잡는 데도 1주일이 걸린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회사는 최근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TV 수요가 두 배가량 늘어난데다가 공급망관리(SCM)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해운보다 항공편을 선호한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수요량이 100이라면 20∼30밖에 처리가 안 된다. 나머지는 지연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화물이 1주일간 적체된 상황으로 항공사들은 ‘누가 더 운임을 주겠냐’며 급행료까지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들의 고충을 더 크다. 대기업들이 비행기를 통째로 전세를 내면서 스페이스를 잡는 것이 더 어렵다. 포워딩업체(대리점)와 올해 화물료를 작년 대비 두 배로 인상한 IT 중견기업 관계자는 “운임보다 스페이스가 안정적이기를 바란다”며 “다행히 회사 방침상 여유 재고를 두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수출계약을 파기당할 뻔했다”고 밝혔다.
이 수출기업들은 독과점적 국내 항공화물운송시장이 이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불만이다. 대기업마저 항공사에 제대로 항변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외국적 항공사의 전세기를 이용했다가 국내 항공사로부터 운송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경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전에 좋았던 수준만큼 화물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면서 “3월에 임시편을 10편 띄웠으며, 11월에도 증편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 같은 임시편 편성과 몇 편의 증편 계획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나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항공업계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소극적인 자세다. 김정희 국토해양부 항공산업과 서기관은 “항공사들이 2008년 적자가 심해 항공편 운항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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