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IT경영대학원의 정보시스템리서치센터(CISR)와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이 지난해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IT조직의 역할이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이를 주도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주도형 조직(Business change drivers)과 요청처리형 조직(order takers)을 비교한 결과, 변화주도형 IT조직은 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에 사용하는 예산의 비중이 더 작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요청처리형 조직은 IT예산의 70%를 시스템 운영에 사용하지만 변화주도형 조직은 62%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어떨까. 이런 방식의 조사를 본 적은 없지만, CIO가 기업 혁신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할수록 IT조직의 위상이 높다는 점은 미국과 유사해 보인다. 포스코, LG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CIO 어젠다로 들어가면, 적지 않은 차이가 발견된다. 단순히 한국과 글로벌의 다른 점 정도로 치부할 부분도 있지만 한국 CIO들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사안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CIO 어젠다는 경영진이 IT조직에 요구하는 우선순위와 CIO의 기술 어젠다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한국과 미국 모두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이 1순위다. 다만 미국의 경우 ‘전사 비용절감에 대한 지원’이 2위인 데 비해 한국의 7위다. 한국 CIO도 IT가 전사 비용절감에 좀 더 기여하는 부분을 찾아봐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기술 이슈를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건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우리 IT업계의 담론 형성 기제가 허약해서 나온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한국의 CIO와 IT조직이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의 CIO 어젠다 보고서와 CIO BIZ+가 최근 실시한 100대기업 CIO 설문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가상화 △모바일 기술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기술 등은 한국 CIO와 미국 CIO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중요하게 도입하거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글로벌 CIO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웹 2.0 및 소셜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은 국내 CIO들의 우선순위에서 많이 뒤처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셜 컴퓨팅과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이 IT를 이용하는 패러다임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기술들이다.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마인드와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클라우드 컴퓨팅은 IT아키텍처와 조직 체계, 전문인력 성숙도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동반한다.
이제 관련 기술이 성숙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점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해 보이지만, 웹 2.0과 소셜컴퓨팅에 대한 담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보인다. 마치 과거 10여년동안 IT가 기업혁신의 중요한 동력이 됐듯이 이제는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점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이용이 일상화된 미국은 이미 웹 2,0과 소셜 컴퓨팅이 CIO의 중요한 화두가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CIO가 이런 소셜 컴퓨팅을 선도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IT조직 전반을 둘러봐도 마찬가지다. 혁신을 주도하는 조직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기술이라면 이를 혁신의 무기로 삼기 힘들다.
가칭 인터넷 전도사(evangelist) 혹은 소셜컴퓨팅 전문가를 IT조직에 두는 것은 어떨까. 소셜컴퓨팅에 대한 담론을 주도하자면 전문가부터 확충해야 한다. 기업이 전사 차원에서 인터넷 기반의 혁신을 체계적이면서도 주도적으로 잘 이끌어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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