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한 업체 간 주가 희비가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우회상장 1년이 못 돼 상장폐지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우회상장 후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은 기업도 일반 상장사와 비교해 눈에 띄게 많았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8년 우회상장 계획을 밝혔던 업체는 41개로 이 가운데 4개 업체(코아정보시스템·에프아이투어·케이엠에스·카라반케이디이)가 지난해 상장폐지됐다. 우회상장한 업체 열 개 중 하나는 증시에서 퇴출됐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우회상장한 32개 업체 중 가장 눈에 띄었던 네오세미테크는 최근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네오세미테크는 우회상장 후 시가총액 4000억원을 웃돌면서 우회상장 모범생으로 꼽혀 온 탓에 충격이 더 크다.
세 업체(에듀언스·비엔알·샤인시스템)는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았다. 이들 업체는 증시 퇴출이라는 극약 처방은 모면했지만 이후 곤두박질한 주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우회상장을 진행하다 계획을 취소한 업체 5개를 제외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율이 11.11%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전체 상장사 중 실질심사를 받은 비율인 5.42%와 비교하면 약 두 배가 높다.
지난해 4월 상장한 나이스메탈은 여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우회상장 업체의 말썽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원만한 경영 계획을 갖고 우회상장하는 업체도 이 같은 시선을 부담스러워 한다.
우회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A업체의 재무책임자(CFO)는 “업계는 실제로 우회상장하는 업체 가운데 열 개 중 일곱 개는 ‘속 빈 강정’인 것으로 파악한다”며 “사업계획과 재무요건이 건전해 향후 사업을 존속시킬 수 있는 상장사는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물론 성공적으로 우회상장한 기업도 있다. 지난해 10월 합병소식을 알리고 최근 합병을 마친 포스데이타와 포스콘은 새로운 사명 포스코ICT로 태어나면서 순식간에 시총 1조원이 넘는 코스닥 5위주가 됐다. 사업의 안정성·성장성은 물론이고 두 기업의 결합으로 발생할 시너지를 시장에서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름(shell:합병할 상장사)처럼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통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면서 끝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들이 본격 활동에 나서면서 코스닥 시장의 우회상장은 감소할 전망이다.
SPAC은 기업 인수만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페이퍼컴퍼니)로 이미 상장을 마치고 비상장 또는 상장업체를 합병해 상장시키는 결과를 얻게 한다.
신규 상장을 준비하는 업체는 물론이고 우회상장을 고려하는 업체는 합병 대상(셸) 선정이 어렵고 합병 이후에도 재무적 위험이 큰 우회상장을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SPAC 제도를 ‘투명한 우회상장’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SPAC 제도가 활성화되면 사실상 우회상장 이점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우회상장을 택하는 업체는 이유와 실익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며 “우회상장 주들이 더욱 소외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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