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타던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산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전기차 개조는 일반 자동차에서 엔진을 빼고 그 자리에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을 장착하는 방식이다. 완성차업체가 생산한 차체와 에어컨·에어백 등 각종 편의·안전장치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개조산업은 상당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다. 관련 법규가 제정되지 않았고, 완성차업계에서도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토해양부가 오는 7월 말까지 안전기준 및 정비소 자격요건 등을 규정해 전기차 개조를 허용하는 법규를 고시하기로 하면서 관련 산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전기차업체들은 많은 비용이 드는 신차 개발보다는 기존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해 시장 창출을 앞당기는 데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무엇보다 전기차 개조는 운전자가 기존에 익숙한 운전 환경을 유지하면서 탁월한 경제성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기존 자동차 섀시와 차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안정성도 높다. 엔진룸에 전기모터를 달면 빈 공간이 많이 남아 충돌시 안전성을 높이는 크래시존도 더 넓어진다.
개조 전기차는 기존 저속형 전기차와 달리 고속 주행도 가능해 간선 및 고속도로도 달릴 수 있다. 전기차 개조 전문업체인 레오모터스는 기아차 ‘모닝’을 개조한 모델로 최대 시속 160㎞까지 성능을 높였다. 충전도 일반 가정용 콘센트에 연결하면 6∼7시간 내에 가능해 편리하다. 1회 충전으로 운행 가능한 거리는 약 240㎞다.
그러나 전기차 개조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레오모터스가 제공하는 소형 전기차는 신차 값 1000만원에 개조비용 2000만원을 더한 3000만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당장 영업용 택시, 택배 차량 등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전기차 개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일본은 수명이 다한 자동차를 친환경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례가 이미 수십만건을 넘어섰다. 전기차 개조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중고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면 3∼4년 후 기름값 절약분으로 개조 비용을 뽑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1급 자동차정비소에서 중고차량을 순수 전기차로 개조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곧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의 트렉사(TREXA)는 파워트레인 등 전기차 플랫폼만 제공하고, 외관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을 시작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