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G생명보험은 지난해 3월 전사에 흩어져 있던 고객 정보를 통합하고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툴을 도입해 고객관리시스템(CMS)을 구축했다. 시스템을 가동한지 1년이 지난 요즘 ING생명보험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에는 대고객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관련 고객 자료를 모두 IT부서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 구축된 CMS시스템을 통해 현업 부서에서 직접 BI 툴을 사용해 타깃 고객을 스스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케팅 및 프로모션도 기존보다 30% 이상 더 자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추진한 마케팅에 대한 성과를 시스템 구축에 따른 효과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정확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만큼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마케팅 효과와 잠재 고객을 얻고 있다고 ING생명보험측은 판단하고 있다.
CMS를 구축하기 전까지 ING생명보험의 모든 고객 데이터들은 상품별, 시스템별로 흩어져 있었다. 또 보험 고객뿐 아니라 펀드 고객도 제각각으로 저장돼 있었고, 웹을 통해 가입하는 고객이나 콜센터를 통한 고객 정보 이력 등에 대한 데이터들도 모두 분산돼 있었다. 시스템별로 고객 정보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전사적으로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또한 기존에도 영업 사원들이 고객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생일이나 기념일을 등록하고, 고객들의 상품 만기일이 언제인지 등을 관리하는 수준의 고객관리시스템이 있었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게다가 보험산업의 특성상 보험설계사(FC)들의 이동이 잦아 기존 고객 관리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지면서 ING생명보험은 전사차원에서 통합된 고객 정보를 관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에 ING생명보험은 솔루션으로 IBM의 코그노스를 도입, BI 포털과 정형·비정형 리포팅 환경을 구축했다.
ING생명보험 IT관리정보시스템 최동일 팀장은 “기존에도 고객이 보유한 계약을 조회할 수 있었지만 계약한 상품을 기준으로 고객 정보가 제공됐을 뿐 고객을 기준으로 보유한 계약 수가 얼마인지, 납입보험료의 합계는 어느정도 되는지 등은 알 수 없었다”며 “향후 계약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 고객에게 캠페인 활동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ING생명보험은 기존의 콜센터, 고객의 목소리(VOC), 운영계약시스템 등 분산돼 있던 고객 정보들을 모두 하나의 데이터베이스(DB)에 통합하는 작업을 먼저 진행했다. 흩어져 있던 고객 정보는 1테라바이트 정도의 규모였다.
ING생명보험은 이번 BI시스템 기반의 CMS를 도입하면서 관계형온라인분석처리(ROLAP)툴을 도입했다. 대부분의 국내 보험사들이 분석처리 속도가 빠른 다차원 온라인분석처리(MOLAP)을 도입하는 것과 비교된다. 또 기업들이 분석툴과 리포팅 시스템은 별도의 솔루션으로 따로 구축하는 경향이 짙은데 ING생명보험은 ROLAP과 리포팅을 동일한 제품으로 동시에 구축했다.
이에 대해 최동일 팀장은 “같은 제품으로 구성하게 되면 기본 메타데이터가 동일하기 때문에 IT부서 입장에서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면서 “MOLAP보다 ROLAP의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대용량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전사 차원에서 활용하기에는 ROLAP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ING생명보험측은 CMS를 구축하면서 애로 사항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같은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각 부서마다 상품 분류를 다른 기준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려 2500여개에 달하는 상품의 분류 기준을 정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ING생명보험 김미나 마케팅 인텔리전스부 차장은 “마케팅부서와 영업부서가 보는 고객과 상품 기준이 서로 달라 부서간 협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기간의 상당 부분이 소요될 정도였다”고 밝혔다.
여기에 ROLAP의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낮은 성능도 문제시됐다.
최동일 팀장은 “파일 시스템을 풀 스캔하면 성능이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며 “이에 풀 스캔을 하지 않도록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성능 부분을 해결했다”고 소개했다.
ING생명보험의 경우 IBM 코그노스 8버전을 도입했는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버그와 취약점 등이 발생하면서 이를 수정하고 보완하기 위한 패치 프로그램인 핫픽스(Hotfix)가 나오기도 했다.
ING생명보험은 지난해 3월 시스템 오픈 후 그해 여름에 써머프로모션(Summer Promotion)을 추진하면서 홈페이지와 업무시스템 등에서 등록된 고객정보들이 모두 통합되는 것을 확인했고, 이후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들을 수시로 추진하고 있다.
김미나 차장은 “예전엔 보험혜약 관련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자료를 모을 수가 없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며 “이제는 드래그앤드래그로 쉽게 데이터 분석 작업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강조했다.
ING생명보험은 시스템 오픈 후 직원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IT테크데이즈’라는 교육의 날도 만들었다. BI 툴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나오는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직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리다. IT테크데이즈는 현재 BI 솔루션 뿐 아니라 다양한 솔루션에 대해 현업들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로 발전했다.
ING생명은 지난해 BI 툴 도입에 이어 올해 임원정보시스템(EIS)이나 의사결정지원시스템(DSS) 등을 추가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며,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도 구축할 계획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