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최고치 기록한 10년 전 영광 되찾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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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인 2000년 3월 10일을 벤처업계는 결코 잊지 못한다.

 대표적인 성공 기술주 거래시장인 미국의 나스닥과 한국의 코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날인 동시에 버블(거품) 붕괴를 시작한 날이다. 두 시장은 각각 당일 5132.52포인트와 2834.40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이날을 정점으로 주가는 급락했고 이후 등락을 거듭했다.

 ◇상장사 가치 5분의 1로=9일 코스닥 종가는 517.58. 10년 새 주가가 80% 넘게 빠졌다.

 양태영 한국거래소 인덱스팀장은 “지수는 과거 상장사의 시가총액(시총)이 현재 어떻게 변화했는지 비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상장사의 기업가치가 5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셈이다. 대장주인 30대 상장사 시총에서도 명확히 차이가 난다. 당시 30대 상장사 시총은 87조3123억원으로 업체당 평균 2조9104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는 현재 각각 23조8634억원과 7954억원으로 감소했다.

 아쉬운 것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 비해 국내 주가 회복이 크게 더디다는 점이다. 8일 종가 기준으로 나스닥은 2332.21로 사상최고치인 5132.52의 절반에 근접해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시 코스닥 시장이 오랜 역사의 나스닥 시장과 달리 비정상적으로 급등했으며 여기에 당시 무늬만 상장사들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실적 규모가 큰 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실적을 보여줬던 나스닥과 달리 코스닥 상장사들은 실적이 받쳐주지 못했다”며 “코스닥에 우량 기업이 유입되지 않는 한, 과거와 같은 상승세를 되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처생태계 복원 열쇠 쥔 코스닥=한국에서 코스닥은 벤처생태계의 ‘핵심’이다. 벤처기업이 도약을 위한 자금확보 수단이고, 벤처의 자금줄인 벤처캐피털의 자금회수(exit) 루트다. 특히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미국만 해도 인수합병(M&A)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코스닥 하락은 이들 벤처캐피털 업계에는 직격탄이다. 피투자회사인 벤처기업들이 상장을 꺼리고 상장을 한다고 해도 예전만큼 ‘대박’을 터뜨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20∼30배, 많게는 70∼80배 수익률을 나타냈지만 최근에는 10배 정도면 크게 성공했다는 평가다. 연간 신규 상장사 수도 2000년 178개사에서 지난해 55개사로 줄었다. 그만큼 기회도 줄었지만, 기회를 잡았다 해도 기대치가 낮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당시 거품 영향이 아직까지도 남았다는 설명이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아직도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상장 프리미엄을 노리고 퇴출을 피해하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살아 있다”며 “시급히 시장을 구분해 미래가 없는 기업의 상장 프리미엄을 없애 퇴출을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준배·차윤주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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