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기업들 속에서 오히려 빛을 발하는 ‘다윗’ 부품업체들이 있다.
세트업체들의 글로벌 소싱이 일반화되면서 이미 국내 부품업계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경쟁에서 밀린 업체들은 빠르게 퇴출 수순을 밟고 있고, 선두 업체들을 중심으로 세력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거대 기업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고정비 절감은 모든 부품업체들에 ‘경영의 황금률’ 처럼 인식되고 있다. 거대 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중견기업으로 커나가는 업체들의 특별한 노하우가 주목 받고 있다.
◇기회를 보면 빠르고 과감하게=기술력 확보와 시장 트렌드를 읽는 안목은 모든 부품 업체들의 필수 요건이다. 특히 중소 부품업체의 빠른 의사결정은 생존과 직결된다. 국내외 대형 업체들은 부품시장은 물론 세트 영역까지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지만 느린 의사결정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기회를 보고서도 머뭇거린다면 그 시장은 이미 대기업들이 선점해 진입장벽을 구축한 후다. 지난해 휴대폰 입력장치 시장이 키패드에서 터치스크린으로 넘어가면서 관련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시장을 미리 읽고 터치 시장을 준비한 업체들은 큰 수익을 냈지만, 이를 알고도 주저한 업체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시노펙스, 이엘케이 등 키패드 제조업체들은 터치스크린 회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대기업이 관심 없을 정도 규모의 시장만 노린다=1000억∼2000억원 규모의 시장은 중소기업이 타깃으로 삼기에 적절하다. 대기업이 뛰어들 만큼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제한된 경쟁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 엘엠에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3M과의 특허 소송에 승소하면서 유명해진 엘엠에스는 독점 파괴를 통해 시장 내 ‘2등 전략’을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다. 3M이 독점하고 있던 휴대폰용 프리즘시트 시장에 비집고 들어가 지금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 휴대폰용 프리즘시트 시장이 1500억원 규모에 불과해 대기업들이 눈독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에는 아사히글라스가 독점하고 있던 광 픽업용 편광 필터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편광 필터 시장은 800억원 규모로 아사히글라스가 독점하고 있었다. 엘엠에스는 올해부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이 분야에서 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시장 진입이 어려우면 기술·장비를 판다=휴대폰용 배터리핀 전문업체 예일전자는 지난 2008년 리니어 진동모터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그러나 기존 강자인 삼성전기의 벽을 넘기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원천 기술 확보로 특허 문제는 비켜갈 수 있었지만, 삼성전기가 확보하고 있는 원자재 조달 능력과 생산 및 공정 기술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렸다.
이에 예일전자는 직납을 포기하는 대신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중국 본토 시장을 공략했다. 예일전자가 기술 및 장비를 공급하고, 현지 업체가 자본을 댔다. 예일전자는 기술 수출에 따른 로열티 수입 확보는 물론, 스프링 및 리벳 등 핵심 부품을 직접 공급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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