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 등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을 팔고사는 IP거래(IPX) 시장이 미국·유럽연합(EU)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설립이 추진된다. IPX 시장은 지식재산산업 활성화는 물론이고 기업이 보유한 지재권의 시장 가치를 명확히 알 수 있어 관련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방한한 제라드 패니콕 IPX인터내셔널(IPXI) 사장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 일리노이주 정부 지원으로 2년 전부터 IPX 시장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왔다”며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IPX 시장 개설 계획을 공개했다.
200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탄소배출권 시장을 만들기도 한 패니콕 사장은 한국 주요 대기업에 IPX 시장을 알리고 국내 특허컨설팅 전문업체와 협의차 방한했다.
IPX인터내셔널이 추진하는 IP거래 시장은 개별 지재권이 아닌 기술을 둘러싼 지재권 모두를 하나의 단위(ULR:Unit License Rights)로 상장, 거래한다. 이는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개별 지재권의 시장 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컨대 특정 기업이 보유한 터치스크린 기술 관련 모든 특허 등 지재권을 ULR로 묶어 상장해 거래하는 형태다. ULR 매각이 소유권 이전이 아니라 사용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거래 시장과 다르다. ULR를 상장한 기업은 기업에 특허 등 기술의 사용권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기업들의 활용 가치가 커질수록 ULR 시장 가격은 상승한다. ULR 초기 상장 가격은 IPX인터내셔널의 모회사인 세계적인 특허평가기업 오션토모페이턴트레이팅과 협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IP거래 시장 오픈을 계기로 지재권 거래가 투명해지면 최근 기업들의 심각한 고충인 특허 관련 분쟁이 크게 줄 전망이다. 또 중소벤처기업들의 대기업 보유 지재권 접근성이 크게 개선돼, 대기업 특허를 활용한 기술개발도 활기를 띨 것이란 예상이다.
지재권이 곧 기업가치와 연결되는 벤처기업들은 자사의 시장 가치를 명확히 알 수 있어 국내에서 미진한 벤처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패니콕 사장은 “IP거래 시장은 유동성이 없던 지재권을 활성화하는 대표적 방안”이라며 “한국에서도 두세 개 ULR가 성공적으로 거래되면 시장은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IP거래 시장이 우량 IP의 사장을 막는 등 벤처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봤다. 기술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했던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특허가 거래되기 시작하면 특허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촉진되게 될 것”이라며 “특허 거래 비용이 낮아지면 기술 이전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IP거래 시장을 개설하려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협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유럽 등에서 IPX 시장이 성공적으로 열린다면 향후 한국 시장을 개설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에서 IP거래 시장을 열려면 사전에 신청이 들어올 것”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승인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