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투자조합에서 배운다-상생과 믿음의 거름 희망의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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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도의 ‘경제특별도 펀드’ 부산의 ‘문화콘텐츠 펀드’ 대전시의 ‘대덕이노폴리스파트너스 투자조합’ 대구·경북권의 ‘희망경제투자조합’,충남도의 ‘충남벤처투자조합’ 광주시의 ‘광주전략산업투자조합.’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결성한 지역특화펀드가 지역 중소·벤처업계의 단비같은 자금줄 역할을 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특화펀드는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기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수년 전부터 각 지자체에서 잇달아 결성했다. 지역 산업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이 가운데 지난 2006년 정부와 산업은행, 대전시가 공동 출자한 대덕이노폴리스 투자조합(이하 대덕투자조합)은 수익률 뿐만 아니라 기업과 창업투자회사간 상생의 문화를 창출하면서 새로운 투자 문화를 만들어 관심을 끌고 있다. 투자의 새 모델을 만든 것.

출범 당시 총 800억원 규모로 조성된 대덕투자조합은 현재까지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22개 업체에 총 530억원을 투자했다.

이 조합은 출범 후 4년도 채 안 됐지만, 회수 원금의 평균 수익률이 무려 214%에 달한다. 지난 2년여간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융 위기와 상관없이 거둔 성과라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러한 수익 성과는 조합 설립 3년차인 지난해 투자기업 중 3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되거나 M&A(인수·합병)를 통해 투자 원금의 최대 3배 가까이 수익을 거둔데 따른 것이다. 대표적으로 인공위성 전문 기업인 쎄트렉아이와 항체 신약 업체인 이수앱지스가 급성장하면서 투자 수익률이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대덕투자조합은 출자 총액 중 약 40%에 해당하는 320억여원을 조합원들에게 이미 성과금으로 분배했다. 상장후 미회수된 투자주식까지 포함할 경우 약 50%의 분배 성과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대덕투자조합이 다른 지자체 펀드보다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비결은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대덕특구에 첨단 미래형 기술을 가진 기업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포진돼 있다는 점이 첫번 째로 꼽힌다. 국내 벤처산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대덕특구는 정부출연연 출신의 창업자가 유달리 많다. 이들의 대다수는 연구소에서 대다수 미래지향적이고 중장기적인 연구개발에 몰두하다 창업한 경우다. 투자를 위한 기본 토양이 그만큼 단단하다는 증거다. 실제 대덕투자조합이 투자한 이미지앤머터리얼스 등 4개 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지앤머터리얼스는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전자종이 기술 분야에서, 플라즈마트는 반도체 장비의 핵심 기술인 플라즈마 분야에서 각각 독보적인 기술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코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자 현미경을 국산화했으며, 와이즈플래닛은 디스플레이 등 정밀 제조환경에서 필요한 솔루션을 독창적으로 개발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둘째는 창업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집중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대덕투자조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까지 창업 초기 기업 12곳에 대해 투자를 단행했다.국내 벤처캐피털의 대다수는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 때문에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것이 사실이다. 간혹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투자액이 10억원대 미만으로 많지 않다. 하지만, 대덕투자조합은 다르다. 창업 초기 기업이라 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수십억원대의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와 투자기업 경영진이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하고 협력에 적극 나섰다는 점이다. 특히 대덕투자조합 출범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투자자를 바라보는 기업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자를 더 이상 감시와 견제의 대상이 아닌 상생을 위한 동반자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철환 이미지앤머터리얼스 사장은 “이노측에서 초기 기업이지만 기술과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일시에 투자해 현재의 성과에 대한 기틀을 마련해 줬다”며 “투자 이후 지난 3년간 주1회 이상 이노측과 사업상 각종 경영 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고민하고 해결을 도모해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인들의 인식이 바뀐데는 대덕투자조합 운용사인 이노폴리스파트너스의 역할이 컸다. 이노폴리스파트너스는 투자 전문가 5인 전원이 대전에 상주하며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현장 밀착형 지원에 나서고 있다. 매주 1∼2회씩 해당 투자 기업을 찾아 직접 회의에 참석,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눈 후 문제 해결에 나선다.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지, 개발·제조·관리 등에 필요한 인력은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마케팅과 판로확보에 걸림돌은 없는지 꼼꼼하게 챙긴다. 투자 담당자 전원이 산업계 및 벤처캐피털업계 경력이 20년 이상 되는 전문가들로, 수 많은 성공 투자의 경험을 토대로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업력별, 업종별로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투자 검토에서 사후 관리까지 기업 성장 단계별 체계적인 지원으로 투자 상생 문화를 일궈가고 있다.

홍기현 와이즈플래닛 사장은 “국내 사업 환경에서 벤처기업의 경영진이 어깨에 짊어져야 할 부담이 지나치게 많아 어려움이 많다”며 “대덕투자조합이 다양한 회사의 경영자들 사이에 자유롭게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제공할 수 있다면 국내 벤처투자조합 중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차기 펀드 결성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이노폴리스파트너스는 조합 운용 마지막 연차인 올해 남아있는 240억여원의 투자 재원을 모두 소진할 계획이다. 미래 산업 중심의 특화된 기술을 보유한 유망 기업에 신규 투자하는 한편 기존에 투자가 이뤄진 기업에 대한 후속 지원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후속 펀드 결성도 주요 관심사다. 박동원 이노폴리스파트너스 사장은 “기업의 든든한 파트너로 기업활동 지원은 물론 수도권 펀드로부터의 후속 자금 유치 등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에 주력하겠다”며 “그동안의 투자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후속 펀드 결성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