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2010년 미국 전자업계 동향과 고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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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극심한 경기 침체로 최악의 상황을 겪었던 미국 가전 시장은 올해 수요 회복과 더불어 스마트폰·전자책·태블릿PC 등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면서 오랜만에 긍정적인 전망을 낳고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낙관하기에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2년간 이어졌던 고용 한파로 쉽사리 소비 심리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 고용 시장 상황이 미국 전자 업계에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미국가전협회(CEA)는 글로벌 가전시장이 지난 2008년 14% 성장했으나 작년에는 매출 6810억달러로 오히려 2%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미국 가전 업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더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작년 미국 가전 시장 규모는 1649억달러로, 전년 1786억달러보다 7.7% 줄어들며 그동안의 성장세를 무색하게 했다. 올해는 1660억달러로 소폭이나마(0.6%)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미국 가전 시장의 판매량이 작년보다 10% 정도 증가한 것은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보다 싼 제품을 찾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상황을 뚫고 미국 전자 업계는 다양한 신상품으로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배 가까이 늘어난 미국의 넷북 시장은 올해도 역시 두 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CEA의 수석경제학자이자 연구소장인 션 두브라백은 전망했다. 업계는 꾸준한 효자 상품이었던 휴대폰에 이어 올해는 스마트폰과 전자책, 더 소형화된 노트북 등이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LCD TV의 경우 남아공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상하이엑스포 등 세계적 빅 이벤트를 앞두고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TV 업계는 또 3차원(D) TV나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한 TV 등 새로운 컨셉트의 제품을 내놓고 시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 메이저 TV 업체들이 3DTV를 출시하고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서면서 신규 수익원을 적극 발굴하려는 반면에 미국 업체들은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로 새롭게 불고 있는 3차원 영상에 대한 관심은 한국 가전 업체들의 이런 노력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노스웨스턴 대학 파인버그의대의 안과 교수인 마이클 로젠버그 박사는 경미한 시력 문제를 지닌 사람들에게는 3D 영화가 시각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력 문제와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물론 다른 전문가들은 시력과 3D 영상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폭스 뉴스 등 미국 내 주요 언론사들조차 이런 보도를 내놓는 것은 다소 흥미롭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 가전 업체들을 견제하려는 뜻보다 ‘아바타’로 발생한 사회적 관심에 색다른 어젠다를 제시하려는 의도가 더 커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가전 업계의 동향과 함께 고용 시장 상황은 올해 미국 내 가전 시장 흐름을 판가름할 최대 이슈다. 미국 노동부가 최근 계절적인 요인을 보정해 발표한 실업률 자료를 살펴보면 작년 10월 10%대에 진입한 후 얼마 전까지도 별 다른 개선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월 9.7% 수준(약 1480만명)까지 떨어져 그나마 약간 회복되는 추세다. 참고로 외국 태생 노동자의 경우 11.8%로 전체 실업률보다 약간 높다(계절적 요인 미반영).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까지 지속됐던 실업률 상승세는 최근 다소나마 진정 국면을 맞는 듯 하다. 또 다우존스 산업지수나 나스닥 등 주식 시장도 지난해 바닥을 친 뒤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등 여기저기서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온다. 그러나 연방준비은행이나 모기지뱅커그룹 등이 최근 발표한 경기 전망에 따르면 미국 내 고용 시장 상황은 올해도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미 노동부 자료에서도 장기실업자수(27주 이상 실업상태에 있는 경우)는 지난 1월에도 계속 늘어나 630만명에 달해 여전히 좋지 않은 지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자 및 가전 업계로 국한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컴퓨터·전자제품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작년 12월에서 1월까지 일자리가 3.6%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전기 장비나 가전 업계 종사자들은 사정이 나아 0.8% 정도 늘어났다. 가전 제품을 판매하는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는 같은 기간 4.7% 증가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의 상황을 비교하면 각각 순서대로 9.3%와 10.5%, 5.3% 감소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그나마 나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전자 업계 중 반도체·태양광 등 일부 분야에서는 숙련된 기술 인력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판매가 꾸준히 상승하는 넷북과 같은 저가 PC 시장과 실적이 개선된 반도체 시장, 오바마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을 등에 업은 태양광 시장에서는 전반적인 고용 시장의 상황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전자재료 시장의 경우 이런 고용 시장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고, 관련 업계의 고용 사정이 상당히 개선되고 있음을 직접 느끼고 있다.

 이런 제한적인 특정 산업 외에 전 산업 분야로 경기 회복의 영향이 고르게 확산되고, 고용 시장의 불안 요인이 해소된다면 올해 미국 가전 시장은 기대해 볼 만 하다. 미국 전자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이 가시화하고, 이 가운데 한국 전자 업체들의 눈부신 활약상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보스턴(미국)=이재형 다우케미컬 연구원(공학박사) yijh00@alum.mi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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