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들어 U시티 사업이 부각되면서 지자체들이 기존 사업자망을 이용하기보다는 자가망을 직접 구축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그러나 U시티 사업이 사업자망을 이용해 추진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자가망을 구축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중복투자를 불러온다는 점이 문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회선을 니즈에 따라 탄력적으로 망을 운영할 수 있으며, 임차망과 비교하여 장기적으로 경제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자가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자가망이 임차망과 비교해 경제성을 갖는 경우에만 자가망 사업을 허용해야 한다. 이때 자가망의 경제성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직접비용뿐만 아니라 암묵적 비용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자가망의 경제성과 관련하여 정책당국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들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첫째, 지자체가 인지하는 자가망 비용이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수준인가라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자가망의 경쟁력은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의 기부체납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지자체가 기부체납 받은 부분에 대해 원가를 부담하지 않는다 해도 사회적으로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할 것이므로 자가망의 사회적 비용은 기부체납 부분을 포함해야 한다. 더불어 기부체납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자체의 원가경쟁력을 U시티 시장에 진입하려는 어떤 효율적인 사업자도 구현할 수 없다면 지자체의 원가경쟁력으로 인해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 특히 중복투자로 인해 지자체에게 외생적으로 주어진 자가망의 요금경쟁력은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자가망 지역이 고비용·저수익 지역이어서 가장 효율적인 사업자라도 진입을 할 유인이 적다면 자가망의 중복투자로 인한 비용이 합리화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미국과 EU 등에서는 대부분 사업자의 경제성이 떨어져 시장 진입 및 경쟁이 불충분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에 대해 자가망 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국내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사업자 진입과 경쟁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광역시 지역을 위주로 자가망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중복투자로 인한 암묵적 비용이 더 커질 것이다.
셋째, 공공부문이 민간부문보다 높은 효율성을 낼 개연성이 있는가의 여부이다. 지자체와 같은 공공기관도 민간부문과 경쟁하고 효율성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나, 통신산업의 경우에는 이미 KT 민영화를 시작으로 파워콤, 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 드림라인 등 공공기관을 민영화하여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설령 지자체가 사업자보다 자가망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생하는 시설 대·개체 비용 등을 보전하기 위해 자가소비뿐만 아니라 여유용량을 민간에게 판매하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는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요금으로 제공받고자 한다. 문제는 요금이 해당 서비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가 부담하는 수준인가의 여부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높은 요금이 초래하는 것 못지 않게 낮은 요금도 유의미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향후 자가망 정책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There is no free lunch)’라는 경제학의 기본적인 명제를 기초로 수립되기를 바란다.
이태희 교수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thlee@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