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없어서 못판다"

경기회복에 수요 급증…재고도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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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중국 최대 PC 기업인 레노버는 수석 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구매팀을 꾸려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최근 핵심 부품인 반도체와 LCD패널이 달리자 직접 주요 협력기업을 방문, 부품 공급이 차질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요청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경기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최근 반도체와 LCD 공급이 부족해졌다. 세트업체들은 부품 조달에 애를 태우지만 반도체와 LCD 기업은 없어서 못 파는 형국이다.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재고가 1주 분량에 그쳤다. 통상적인 메모리 재고 기간은 3주 정도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최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들이 직접 방문, 우선 공급을 요청할 정도”라며 “지난해와 상황이 정반대”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더욱 심각하다. 주문 후 부품을 인도받는 납기가 보통 4주였지만 최근 T사 등 일부 기업은 최장 24주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최악의 불황을 예상해 라인 폐쇄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물량을 못 대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한 지사장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납기가 크게 늘어났다”며 “당분간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하이텍, 매그나칩 등 국내 파운드리 기업 역시 공장을 거의 완전 가동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8.5% 늘어난 665억달러 규모로 예상하고 전체적으로는 작년 대비 2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LCD패널도 연초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탄탄하게 이어지자 비수기임에도 가격의 강세가 지속됐다. 지난달 노트북 및 모니터용 패널 가격은 모든 제품군에서 1달러씩 상승했다. LCD패널 업체들은 유리기판, 편광판, 발광다이오드(LED) 등 핵심 부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세트 업체의 수요를 못 대고 있다. 반면에 중국, 미국 등의 수요가 작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주요 세트업체들의 패널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춘제 수요를 포함한 지난달 중국 LCD TV 판매는 400만대 수준으로 작년보다 5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 2월 중국 TV 수요는 800만대 규모를 유지했다. 북미 시장도 1월 말부터 수요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올 1분기까지 LCD 패널 수요가 탄탄하게 이어지면서 패널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중국과 북미 LCD TV 시장이 탄탄하게 이어지고, 일부 부품은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상반기까지 패널 업체들의 호황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3분기 이후 패널 수요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내다봤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