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이 주관하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에 출품할 공학·컴퓨터 분야의 작품을 10년째 심사해온 배두환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최근 출품작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평균 100편이 넘었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공모작이 지난해 40편으로 줄었다.
배 교수는 “과거에는 당선작을 고르는 일이 어려울 정도였는데 요즘은 출품작도 줄었고 어른들의 흉내를 내는 독창성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며 “미국 학생들이 출품하는 작품이 대학원생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가 학교에서 정보·컴퓨터 교육을 홀대하면서 학생들의 이공계에 대한 흥미는 점점 떨어지고 그만큼 우수 IT 인력의 배출 기회도 좁아지는 실정이다.
이는 최근 주요 IT 선진국들이 초·중·고등학교 정보·컴퓨터 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노스캐롤라이나주·메릴랜드 주 등 주별로 컴퓨터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6월 하원에서 국가 컴퓨터 과학 교육 주간 지정까지 결의했다.
일본도 2005년까지 초·중·고등학교 컴퓨터 교육 환경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고등학교에서 ‘정보A’ ‘정보B’ ‘정보C’ 중에서 택일해 필수적으로 주당 2시간을 가르치도록 했다. 실리콘밸리 IT인력의 30%를 배출한 SW 강국 인도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을 실시할 정도다.
IT 강국을 자부해온 우리나라는 반대로 정보·컴퓨터 교육이 입시 교육에 점점 밀리고 있다.
최근 융합IT가 대세를 이루고 있어 이공계 전공자뿐 아니라 다른 과목 전공자들도 학교에서 IT 기초 교육을 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배 교수는 “KAIST 학생들은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데 전산학과 선택자가 2000년 20%에서 지난해는 7%대로 감소했다”며 “조선·자동차 등 모든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는 만큼 어려서부터 최소한의 컴퓨터 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김종훈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초등컴퓨터교육전공 교수는 “컴퓨터 교과목 외의 이해 당사자들이 과목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며“컴퓨터 교사들도 기존 활용 중심의 컴퓨터 교재 대신 학부모·교사·학생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문제 해결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재 개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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