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 GM코리아 `캐딜락 뉴 S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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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코리아가 선보인 캐딜락 뉴 SRX는 구형모델과 뼈대부터 다른 차다.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든 차체 크기는 우리나라 도로에 한결 잘 어울리는 모습이고, 2002년의 1세대 CTS로부터 발전시켜온 캐딜락의 ‘아트 앤 사이언스’디자인 역시 옹골찬 느낌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부풀린 꺽다리 왜건이 아니라 일반적인 SUV와 유사한 형태를 취한 점도 시장에서 유리한 조건이다.

완전히 새로워진 디자인은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크기 역시 가늠하기 어렵다. 얼핏 작아 보이는 SRX의 차체는 GM코리아가 경쟁 모델 중 하나로 지목한 렉서스 RX350보다 길이와 너비, 축거가 크다. 낮게 튀어나온 범퍼 하단에서 알 수 있듯이 험한 길에는 어울리지 않는, 전형적인 도심형 크로스오버다. 외관에서 느낄 수 있다시피 SRX는 미국차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게 할 만큼 치밀하게 계산하고 정성들여 다듬어낸 결과물이다.

특히 실내를 살펴보면 천연가죽으로 전체를 감싼 대시보드나 센터페시아와 송풍구를 장식한 메탈의 질감, 적재적소에 배치된 사펠리 우드 트림 등이 CTS로부터 다시 한번 진일보한 감성품질과 디자인 완성도를 보여준다. 자칫 소홀하기 쉬운 각종 조명도 꼼꼼하게 챙겼다. 대시보드에서 도어트림까지 이어지는 틈새에서는 하얀 빛의 무드 조명이 새어 나오고 문턱의 캐딜락 로고도 밤에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계기판 중앙에 배치된 2.5인치 액정화면과 대시보드 가운데에서 스르르 솟아오르는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도 시원스럽다.

SRX의 자랑 중 하나는 한글화된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시스템이다. 차량의 각종 설정과 기능조작에 관련된 모든 내용을 한글로 표시해줄 뿐 아니라 수입차 최초로 우리말 음성명령까지 인식해 작동한다. 이러한 사양의 적용은 GM본사에서 개발을 지원해야 가능한데, 우리나라의 수입차 시장 규모나 캐딜락 브랜드의 판매대수를 생각하면 몹시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토종 미국차가 한국어에 능통하다니, “한 뚝배기 하실래예?”하는 요즘의 인기광고가 떠오르는 대목 아닌가?

AV시스템의 기능도 뛰어나다. 보스 5.1서라운드 시스템으로 DVD타이틀의 돌비디지털, DTS감상이 가능하고 외부기기 연결이나 내장 하드디스크를 이용한 음악파일 저장기능 등 요즘 유행하는 사양들을 빠짐없이 챙겼다. 동급 경쟁모델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뒷좌석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자랑이다. 앞좌석 등받이에서 펼쳐지는 두 개의 8인치 모니터와 독립형 미디어 재생장치가 있기 때문에 뒷좌석 좌우의 승객이 각각 자신이 원하는 미디어 소스를 감상할 수 있다.

뒷좌석은 다리공간이 넉넉하고 앉는 자세가 편안하며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 감상실로 손색이 없다. 측면 창에 이중접합유리를 적용하는 등 외부 소음도 잘 차단해준다. 엔진은 CTS 3.0에 얹힌 것과 같은 가솔린 직분사 방식의 3.0리터 V6로, 265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7000vpm까지 부드럽게 회전하는 질감이 인상적이다. 뛰어난 정숙성과 고속 안정성 덕분에 상대적으로 가속감이 더디게 느껴질 뿐, 동력성능에는 부족함이 없다. 고급휘발유를 넣지 않아도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다만 자주 기어단수가 내려가는 변속기는 다소 신경 쓰인다. 시끄럽지는 않지만 존재감이 뚜렷한 엔진음도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주행감각은 무게중심이 높은 차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킨다. 0.002초 단위로 흡수력을 조절하는 리얼 타임 댐핑 스포츠 서스펜션은 단단한 듯 느껴지다가도 큰 요철의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해낸다.

SRX의 상시 4륜 구동 장치는 앞뒤 바퀴뿐 아니라 좌우 뒷바퀴 간의 구동력까지 배분 가능한 최신 시스템으로, 마른 노면에서도 능동적인 주행 안전장치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공인연비는 8.1㎞/ℓ로 좋지 않지만 가혹한 운전이 반복되는 시승기간의 평균연비는 오히려 그보다 나은 수치가 나왔다. SRX의 가격은, 이번에 시승한 ‘프리미엄’ 모델이 7250만원, 일부 사양을 제외한 ‘럭셔리’ 모델이 6350만원이다.

캐딜락 SRX의 자세한 시승기와 사진은 http://www.rpm9.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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