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은밀한 마음을 족집게 도사처럼 알아채는 검색엔진이 있다면.
IBM 소프트웨어 개발팀에선 검색엔진 구글을 이용해 웹 시어(Web Seer)라는 실험을 하고 있다. 웹을 통해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실타래 풀듯 풀어보자는 것이 목적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생각을 반쯤만 검색창(hint.fm/projects/seer)에 넣으면 웹이 알아서 나머지 생각들을 완성한다. 말하자면 ‘생각 자동 완성기’라고 할까.
예를 들어보자. “어떻게 하면 내 남편이…”라는 질문을 넣었을 때, 웹이 스스로 완성한 나머지 문장들은 이렇다. “…나를 사랑하도록 만들까” “…좀 더 로맨틱해질 수 있을까” “…집 청소를 하도록 만들까” “…술을 덜 마시도록 할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같다. 이번엔 질문을 바꿔 “어떻게 하면 내 아내가…”로 시작해보자. 웹이 완성한 문장은 “…살을 뺄 수 있을까” “…다시 나를 믿게 할까” “…입 좀 다물 게 할까” 이 역시 많이 들어본 소리다. 마치 나의 마음을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린다.
웹이 완성한 문장들은 웹 이용자들이 과거에 검색엔진을 통해 물어본 것들이다. 웹은 이들 중 질문 빈도가 높은 순서에 따라 차례로 보여준다. 위에서 든 사례 중엔 ‘어떻게 하면 남편이 나를 다시 사랑하도록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의 빈도수가 가장 높았다.
이번엔 남녀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어떻게 하면 내 남자친구가…”를 검색창에 넣어보면 주로 “…나에게 결혼고백을 하도록 할까.” 혹은 “…나와 시간을 많이 보내도록 할까.”하는 문장이 완성돼 나온다. 반면 “어떻게 하면 내 여자친구가…”를 넣어보면, 주로 “…나와 섹스를 할 수 있을까.”하는 것뿐이다.
질문의 대상을 바꿔 이번엔 ‘내 딸, 내 아들’을 넣어보면 자못 심각한 답변들이 완성된다. “내 딸은…”의 경우, “임신했다” “자살하려고 한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걱정이 주를 이루고, “흑인과 데이트한다”는 인종차별적 질문도 등장한다. 반면 “내 아들은…”의 경우 “동성애자” “무신론자” “마약에 빠져 있다”는 걱정이 많고, “깡패 두목이다” 같은 예상치 못한 문장도 완성된다.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부모들의 걱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국인이 대상이라면 어떤 문장이 완성돼 나올까. 예컨대 “왜 한국인은…”이라는 문장을 넣어본다면. “…피부가 좋을까.”하는 질문이 먼저 튀어나온다. 생각 자동 완성기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웹에 저장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류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 것 같다. 세상은 복잡해 보여도 실제는 단순하고, 단순한 것 같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함이 있다.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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