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컴(Ofcom)이 시정명령과 벌금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텔레포닉스를 고등법원에 제소하기로 했다. 고객 이탈을 막는 데 눈 멀어 공정 경쟁 질서와 소비자 편익을 훼손한 통신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해 쇠몽둥이(제소)를 빼든 것이다.
21일 오프컴에 따르면 텔레포닉스는 지난해 8월 고객의 통신사업자 전환(switching)을 방해한 혐의로 벌금 18만3898파운드(약 3억2800만원)와 시정명령을 받았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벌금 18만3898파운드는 법정 최대치로 ‘심각한 위반(Serious breaches)’이라는 게 오프컴의 판단이다. 시정명령으로는 텔레포닉스에서 다른 통신회사로 서비스를 옮기려는 소비자를 막는 행위의 중단을 요구했다. 일부 소비자에게는 텔레포닉스 변호사로부터 조기 계약 해지료로 수천 파운드를 요구하는 위협 공문이 배달되기도 했다.
오프컴은 벌금을 내지도, 시정명령을 지키지도 않는 텔레포닉스를 고등법원에 제소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오프컴의 이러한 움직임은 소비자 보호 관련 법규를 계속 위반·파괴하는 통신사업자에게 전하는 강력한 신호로 읽혔다.
통신서비스회사를 바꾸기로 결정한 영국 소비자는 먼저 전환하려는 회사와 새로 계약한다. 새 고객을 얻은 통신사업자는 기존 회사에 관련 정보 지원을 요청하며, 기존 회사는 소비자에게 전환 의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통신서비스 계약 해지 관련 지식이 없는 소비자를 ‘과도한 해지료 요구’ 등을 내세워 묶어두려는 행위를 막으려는 게 오프컴의 규제 목표다. KT·SK텔레콤 등 한국의 주요 통신사업자들도 고객의 계약 해지를 방어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연거푸 어기는 경우가 많아 법원 제소를 불사하는 오프컴의 규제 의지가 새로운 지표로 활용될 전망이다.
오프컴은 2008년 9월 23일부터 지난해 3월 20일까지 텔레포닉스 관련 소비자의 계약 전환 관련 정보 획득 여부와 판촉 체계를 조사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8월 27일 시정명령과 벌금을 부과했으나 규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고등법원 제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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