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디지털 도서관’ 사업 ‘방향타 잃었나’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구축작업이 IT 경쟁업계와 세계 출판업계의 맹렬한 비판에 추진력을 잃고 방황한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구글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경쟁업체와 세계 출판계의 비판에 맞닥뜨려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구글은 지난 2004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1000만권이 넘는 책을 스캔해 온라인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디지털 도서관 사업인 ‘구글북스’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구글과 미국 출판계가 체결한 기존 계약에 대해 아마존, 야후 등과 프랑스·독일을 비롯한 여러 국가로부터 “저작권 및 출판시장 경쟁 체계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의가 제기됐다. 미 법원도 이 같은 합의안에 독과점과 공정거래 훼손 가능성을 지적했다.

구글은 이에 디지털 도서관 관련 재계약을 추진, 저작권 불명 도서에서 나오는 수익을 감독할 독립적인 수탁기구를 지정해 10년간 보관한 뒤 자선기금에 기부하는 방식에 합의했다. 출판업계가 구글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없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조항도 삭제했다.

하지만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지방법원에서 열린 구글 북스 재합의안 최종 심리에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심리 과정 내내 구글과 반구글 진영 변호사 간 공방만 이어졌다.

반구글 진영은 “재합의안도 구글이 독점적으로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변호사들은 “재합의안도 구글에게 불평등한 독점권한을 주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며 “출처가 불문명한 도서의 재산권 여부를 떠나 그동안 자랑스럽게 유지됐던 미국의 지식재산권법을 위반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토머스 루빈 MS 지식재산전략팀장은 “재합의안이 인정되면 인터넷 검색 영역에서도 경쟁을 무력화할 것이고, 이미 검색 시장을 지배하는 구글 손에 모든 것을 주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 법무부도 구글의 독점적 권한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윌리엄 카바나흐 법무부 독점방지 분과 변호인은 “구글의 합의안은 너무 광범위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독점적일 수 있다”며 “수백만여 작가 대부분은 자신의 디지털 재산권을 보호할 문학 에이전트를 고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보다는 의회가 저작권 소유자의 권리를 확대하도록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일본, 뉴질랜드 등 각국 변호사들도 구글의 합의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독일 정부의 한 변호사는 “해외 작가들은 미국의 작가연합과 합의안에 어떠한 의사표현도 한바 없다”며 “이는 인터넷 공간에서조차도 미국 출판사와 작가들에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글 측 변호사는 “재합의안에서는 구글이 충분히 양보했고, 6800여 작가와 출판사들도 동의했다”며 “책을 출간한 모든 지식재산권 소유자의 출판활동을 도울 뿐 아니라 금전적 수익이 나도록 돕는 게 재합의안의 취지”라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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