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272)직장탐구생활-일 안하고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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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꿈이다. 마흔이 넘어서는 돈 걱정 안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서 놀고 먹고 싶다. 자명종 소리 때문이 아니라 저절로 잠에서 깨고 싶고, 출근 때문에 억지로 잠드는 게 아니라 졸릴 때 자고 싶다. 적절한 운동과 여행으로 몸을 다지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취미생활을 누리고 싶다. 지금은 사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중이다. 가능한 한 빨리 가능한 한 풍족하게 은퇴를 맞이하는 것이 나의 꿈이자 소망이다.

 

놀고 먹으면 행복할 것 같다. 아무것도 안하면 참 편할 것 같다. 하지만 30분만 더 상상해보면 그것도 녹록지 않다. 우선 만나주는 사람이 제한되어 있다. 내 놓을 명함도 없고 소개할 사회적 지위도 사라진 후에는 만나 줄 사람이 기껏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동창생이 전부다. 그들은 아직 풍족한 노후를 준비하지 못했는데 내가 배 두드리며 놀자고 졸라대면 휴대폰 착신 금지 대상이 될지 모른다. 또, 나눌 대화거리도 별로 없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과 나눌 대화가 뻔하듯이 공통분모가 별로 없다. 나는 유유자적 여행 얘기를 하고 싶은데 상대는 노심초사 매출 얘기만 한다. 함께 일할 때는 휴게실, 회의실, 화장실, 복도를 가리지 않고 꿀처럼 달콤한 뒷담화를 일삼았는데 이젠 공통의 경험이 없고 공통의 인물이 없다. 놀고 먹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을 것이다. 딱 3개월이 그럴 것이다. 3개월이 지나고 나면 그도 그저 그럴 것이다.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생애 최초의 내 집을 마련했을 때 딱 3개월 동안 구름 위를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뿐이다. 아니 옆 동네 집값이 오른 것에 화가 나고 넓어진 거실을 인테리어 하느라 고심하게 된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견디느니 언제 다시 올 지 모를 오늘을 누리자. 은퇴 후에도 만날 친구 없어서 고심하고 모은 돈 때문에 잠 못 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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