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수 대신 최근 3년 성과 위주로 손질
‘될성 부른 떡잎에 투자하고, 새 구멍은 막고.’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에 대한 평가 기준을 확 바꾼다. 창의력 높은 젊은 연구자들이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평가 방식과 기준을 손질키로 했다. 상용화하기 어려운 과제에 자금을 투입하지 않도록 선정 단계부터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등 국가 R&D 자금을 집행하는 주요 부처들은 이같은 내용의 자체 R&D 선진화 방안을 마련, 내달 열리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김이환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은 “경제 위기 이후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13조7000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R&D에 배정했다”면서 “‘실용 정부’라는 국정 운용 철학이 국가 R&D에도 녹아들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는 각종 시스템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젊은 연구자 등용문 넓힌다=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마련한 R&D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연구 과제를 담당할 책임 연구자의 선정 기준이 크게 달라진다. SCI 논문 수나 기존 연구 경험에 대한 배점 비중이 확 줄었다. 논문이 많다는 것은 연구 경력이 오래됐다는 근거일 뿐 연구 성과와 크게 연관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 대신 최근 3년여간 성과를 낸 연구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교수가 아닌 포닥(박사후 연구원) 등 젊은 연구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아이디어의 참신성을 고려하는 기준 항목도 추가했다.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자금을 늘리고 연구 업적이나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KRI)의 데이터베이스(DB)도 확충한다. 과제가 끝난 뒤에도 3년여간 실제 성과가 나타났는지를 측정해 연구자 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자금 유용 막는다=지경부와 중기청은 과제 수행기관이 자금을 제대로 쓰는 지, 사업성이 높은 지 여부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상당수 과제가 상용화로 이어지지 않고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데 따른 조치다. 연구 자금을 당초 목적이 아닌 다른 곳에 유용하는 것을 막기위한 관리·감독도 대폭 강화한다. 과제 수행 과정을 원격에서 점검하는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 과제 이후 결과를 파악하는 ‘경영성과 추적조사’, 자금 사용 투명성을 학보하는 ‘실시간 통합 연구비 관리시스템(RCMS)’, 평가기간 단축을 위한 ‘전자평가시스템 도입’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평가기준에 대·중소기업 공동 과제와 사업성 관련 배점도 높이기로 했다.
박항식 교과부 기초연구정책관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연구자들에게 자금이 돌아가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평가 기준을 바꾸고 사후 관리 시스템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