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스플레이 후방산업도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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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TFT LCD용 편광판 시장에서 4분기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LG화학. 이 회사가 편광판 사업을 시작한 2000년 당시 매출은 60억원 수준으로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편광판 매출은 2조원 선이다. LG화학의 성장동력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주요 패널 계열사 공급 물량은 물론 해외 매출도 상승세를 유지한다. 이 회사는 올해도 업계 최고 수준의 양산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 1위를 지켜나간다는 전략이다.

 #TFT LCD용 백라이트유닛(BLU) 주요 소재인 냉음극형광램프(CCFL)를 생산하는 우리ETI는 지난 2008년 4분기 이후 세계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이 회사의 CCFL은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만은 물론 일본 주요 패널 업체로부터 주문이 이어진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은 2950억원 선으로 전년보다 30% 가까이 성장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부품과 소재 산업이 강해졌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50% 점유율을 돌파하며, 세계 LCD 양강 제체를 굳히면서 국내 부품·소재 업체들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품목별 세계 시장 1위 업체가 탄생한 것은 물론 매출이 두 배 이상 껑충 뛴 업체도 속출했다. 그동안 LCD 패널 업체들이 양산 기술 등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선전했지만, 핵심 부품·소재는 수입에 의존해 왔던 한계를 조금씩 벗고 있다는 평가다. 안에서 키운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승부를 펼칠 때가 왔다는 분석이다.

 편광판 대표 업체인 LG화학과 에이스디지텍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LG화학은 대면적 LCD TV용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증대에 힘입어 지난해 이 부문에서만 2조원을 넘어서며 세계 1위를 수성했다. 주요 경쟁사인 일본 니코덴코 등이 엔고 탓에 부진했던 측면도 있지만, 패널 계열사 외 신규 거래선을 잘 개척한 결과다. LG화학 측은 “업계 최대인 2300㎜ 초광폭 양산 라인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해 1위를 유지하고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모직이 대주주인 에이스디지텍도 지난해 5772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3435억원)보다 68% 성장했다. 이 회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5.4%로 성장, LG화학을 합하면 한국 편광판 업체들의 점유율은 35%를 넘는다.

 프리즘 필름 업체인 신화인터텍과 미래나노텍도 지난해 대 변신에 성공했다. 신화인터텍은 거래선 다변화와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전년보다 60% 이상 성장한 3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래나노텍도 지난해 발광다이오드(LED) TV에 들어가는 고휘도 프리즘 필름 사업 호조에 힘입어 27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393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 제품 다변화와 함께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미래나노텍과 신화인터텍의 매출을 합하면 전 세계 프리즘 필름 시장(약 3조원)의 22% 선에 달한다.

 TFT LCD 부품 중 원가 비중이 가장 큰 백라이트유닛(BLU) 분야에도 ‘1조 클럽’에 가입한 업체들이 잇따라 탄생했다. 삼성전자에 BLU를 공급하는 한솔LCD·디에스LCD·태산LCD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동반 돌파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기존 BLU보다 단가가 높은 LED BLU로 제품을 다변화, 매출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LG디스플레이의 협력사인 뉴옵틱스도 중국 광저우 공장 생산이 본격화한 데 힘입어 올해 1조클럽 가입에 도전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7500억원 선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2799억원)보다 무려 167%나 성장한 수치다.

 이덕래 디스플레이뱅크 연구원은 “국내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업체들의 선전은 전방산업의 호조와 함께 기술 및 양산 경쟁력이 함께 동반 성장한 결과”라며 “이제는 튼튼하게 다진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