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이 금융권 공용 스마트폰 뱅킹 솔루션 개발에 나섰으나, 구글의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는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토로라가 최근 ‘모토로이’를 출시한 데 이어 삼성전자·LG전자 등 유수 휴대폰 업체가 올해 20여종의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하기로 한 상황이어서 애써 개발한 공용 솔루션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휴대폰 업계의 스마트폰 마케팅 경쟁에도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5일 공공기관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외주업체를 통해 늦어도 오는 10월까지 개발할 예정인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뱅킹 서비스(이하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의 OS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과 애플 아이폰의 맥 OS만 지원할 방침이다.
금융권은 현재 제공 중인 버추얼머신(VM) 뱅킹 수준의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도 제공하기 위해 이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 솔루션은 △서비스 가입·해지 △예금 조회·이체 △신용카드 △각종 조회·현금서비스·비밀번호 등록 △지로서비스 △환율·자기앞수표·주가지수 조회 △인증서 발급 등의 서비스를 구현한다.
그러나 이 솔루션에 안드로이드폰 지원이 없으면서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올해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전망이다.
스마트폰 뱅킹 솔루션은 하나은행이 아이폰용으로 자체 개발한 것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다른 은행을 이용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금결원이 공용 솔루션을 개발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윤정호 로아그룹 연구원은 “안드로이드폰이 핫 이슈로 떠오른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사례”라며 “스마트폰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인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업체인 마케팅인사이트가 국내 700명의 이용자를 상대로 스마트폰 OS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 OS선호도는 아이폰의 맥 OS(37.6%), 안드로이드(27.3%), 윈도 모바일(21.0%) 순이었다. 미래 유망 OS를 묻는 설문에는 안드로이드가 과반 이상인 51.0%로 맥 OS(27.4%)를 크게 앞질렀다.
휴대폰업계는 안드로이드 OS가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에 제외되자 스마트폰 판매량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했다. 삼성·LG·팬택계열은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HTC·구글·소니 에릭슨 등 해외 업체들은 올 상반기에만 20여종의 안드이드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금결원 관계자는 “MS의 윈도 모바일 이용자가 많다고 판단돼 먼저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수요에 따라 하반기에 안드로이드도 지원하는 스마트폰 뱅킹 시스템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윈도 모바일로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은 PDA 기반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시급히 원하는 것은 안드로이드인데 초기에 (안드로이드 OS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 향후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해 불필요한 자원도 낭비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진욱·정미나 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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