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公, 매출 8000억 이상 기업만 컨소시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규모 u시티 사업에 대기업 간 자유로운 컨소시엄을 허용했다.
중견·중소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대기업에 유리한 입찰 기준이며, 공공연한 ‘대기업 봐주기’ 관행이라면서 반발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토지주택공사는 아산 배방지구와 인천 청라지구 u시티 사업을 잇따라 발주하면서 매출 8000억원 이상 대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했다.
오는 23일과 25일 입찰을 마감할 두 사업의 규모는 각각 246억원과 515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u시티 사업의 ‘최대어’다.
하지만 대기업 간 컨소시엄 허용으로 이들의 컨소시엄 구성 논의가 활발한 반면에 중견·중소기업은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 중견 IT 서비스 기업들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참여를 타진했지만 줄줄이 거부 의사를 전달받았다. 유사사업 수주 합계 금액이 해당사업 기준 가격의 200% 이상인 때를 만점(3점)으로 산정하는 입찰 조건을 감안해 대기업이 총점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발생하는 중견IT 서비스 기업 참여 요구에 난색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중견 IT서비스업계는 따라서 이들 사업이 ‘대기업들의 잔치’로 끝난 수원 호매실지구 u시티사업 전철을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호매실 지구 u시티 사업 수주전은 LG CNS- KT 컨소시엄과 삼성SDS-SK C&C 컨소시엄 등 대기업이 연합하면서 대우정보시스템- DB정보통신 컨소시엄, 대우건설-아시아나IDT 컨소시엄 등 중견 IT서비스 업체끼리 연합전선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LG CNS- KT 대기업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중견 IT 서비스 관계자는 “참여기업의 신용평가 등급에 따른 배점이 완화된 것을 제외하고 두 사업의 입찰 조건이 수원 호매실 지구 u시티 구축 사업의 입찰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두 사업 경쟁 구도 및 수주 결과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대기업 간 컨소시엄 허용은 지난해 토지주택공사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독과점 논란으로 정보화 사업에 대기업 간 컨소시엄을 제한하기로 한 방침과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조달청이 올해 독과점 방지를 위해 대기업 IT 서비스 업체 간 연합 컨소시엄을 불허하기로 한 방침과도 어긋난다.
또 다른 중견 업체 임원은 “최근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SW강국 도약 전략을 내놓으면서 업계 생태계 개선을 위해 공공 입찰 시 중소·중견기업 참여 비중을 넓힐 경우 가산점을 준다고 했는데, 토지주택공사는 오히려 거꾸로 간다”고 꼬집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에 앞서 2개 사업의 평가 시 가격점수 비중을 30%로 상향 조정했다. 업계는 저가 낙찰 경쟁을 부추기는 것으로 이로 인한 부실 공사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초기 단계 u시티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 간 컨소시엄을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는 법률적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중견·중소 기업의 사업 역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광범위한 u시티 사업의 원활한 사업 수행과 조속한 추진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견·중소기업의 문제 제기에 앞서 정확한 역량 판단이 필요하다. 역량이 대기업 수준으로 높아지면 중견·중소기업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