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자체 실적 전망치(가이던스)에 부합하는 경영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글로벌 외부 변수에 대한 대처 능력이 예전보다 성숙한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뻥튀기’ 실적 예측을 한 기업들에 대해 제재에 나서면서 시장이 정화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연합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2009년 실적 가이던스를 공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 가운데 실제 실적과 비교 가능한 47개 상장법인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총 210조9천60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가이던스 합계인 210조9천101억원과 거의 흡사한 결과다. 조사대상 47개 유가증권 상장사 가운데 전망치보다 높거나 낮은 실적을 내놓은 기업은 각각 26곳, 21곳으로 비율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감소 속에서도 자체적으로 설정한 ’희망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일궈낸 셈이다.
다른 한편으론 지난해 환율과 유가를 포함한 글로벌 외부 변수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상장사들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낸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일례로 고려아연은 지난해 매출 가이던스로 전년보다 33.18% 감소한 1조6천400억원을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가이던스보다 57.03% 높은 2조5천753억원을 기록했다.
소극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한 현대모비스와 한국가스공사 역시 지난해 실제 매출은 가이던스보다 각각 19.47%, 6.08% 높은 10조6천330억원, 19조3천918억원을 달성했다. 이들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5.05%, 21.0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59.36% 매출 성장을 내다보며 매출 가이던스로 4조2천억원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17.35% 낮은 3조4천714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이처럼 지나치게 보수적이거나 의욕적인 기업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가이던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외부 변수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비용 통제가 가능하도록 가이던스를 보수적으로 정했기 때문”이라며 “또 신뢰도 유지를 위해 달성 가능한 가이던스를 제시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주가 부양 차원에서 막연하고 무책임하게 예측 실적을 부풀려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장에 정확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KB금융, 신한지주 등 국내 대표기업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기업은 경기 불확실성을 들어 지난해 가이던스를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009년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수는 29개로, 전년 같은 기간 60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금융당국의 자정 노력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거래소는 2007사업연도의 실적 전망을 비합리적으로 높게 잡은 것으로 판단되는 5개 기업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하는 등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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