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도요타의 지난 3년, 그리고 SCM

2007년, 일본 니가타현 지진으로 일본의 6개 자동차업체의 조업이 일제히 중단된 적이 있다. 재고가 없었던 도요타는 더 큰 피해를 입어야 했고 이 지진은 일본 사회 전체에 적시생산방식(JIT)의 위기 대응력에 대한 회의를 일으켰다.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 혁신의 교과서로 불리던 도요타는 스스로를 키워온 능력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이었다.

2008년, 도요타는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북미 시장 지배력을 잃은 도요타를 향해 전 세계 외신은 도요타의 글로벌 대응력에 낙제점을 줬다. 품질에 집중한 나머지 다양한 시장의 변화와 요구사항에 대응하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벤치마킹을 위해 도요타를 방문했던 국내 한 대기업의 공급망관리(SCM) 담당 관계자는 “생산성이 뛰어난 도요타지만, 생산에 치우치다보니 생산 부문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판매 부문과 생산 부문은 따로 놀더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낮은 원가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도요타였지만 생산과 판매의 격리는 도요타의 시장 대응력 문제를 야기한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현대차의 한 임원은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읽고 이에 대한 적시 공급력을 개선해 생산 역량에 집중하는 도요타를 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09년, 한 해를 암흑같이 보낸 도요타는 올해 들자마자 사상 최악의 리콜 사태를 맞았다. 마지막 남은 ‘품질’에 대한 자존심마저 구겼다. 얼마 전 도요타 회장은 사과성명을 통해 지나친 원가절감 요구가 이 같은 사태를 일으켰다고 해명했지만, 지난 몇 년간 불거져온 문제를 쉬이 덮으려고 했던 오명은 벗을 수 없게 됐다.

이렇듯 지난 3년 동안의 생산 방식에서 품질 경영까지 도마에 오른 도요타는, 2005년만 해도 일본차의 미국 시장점유율 30% 돌파의 주역 역할을 하며 흑자 잔치를 벌인 기업이다. 도요타 성장의 정점을 만들어준 △생산성 △원가 △품질 등 3가지 핵심 경쟁력이 불과 5년 만에 ‘3가지 핵심 장애물’이 된 것이다.

지금 세계 1등 가도를 달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008년 미국 비즈니스위크지는 ‘삼성전자가 세계 TV 시장 1위를 한 비결은 바로 SCM 시스템’이라며 속도 경영을 극찬했다. 이어 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속도로 일궈온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진정한 혁신 역량이 필요하다’고 적기도 했다. 이제는 속도가 아닌 혁신 역량을 위한 새로운 SCM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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